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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에만 1조 쓴다…서울시, 44兆 '슈퍼 예산' 편성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청년 지원사업에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등 ‘오세훈 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추진하면서 사회주택, 마을공동체 등 시민단체 민간위탁 사업 예산은 832억 대폭 삭감됐다. 예산권을 쥔 서울시의회가 ‘전 정권 지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예산 심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표 사업'은 1.2兆 삭감 #시의회-구청장 반발 부닥칠듯

'오세훈 사업' 대거 포진…청년지원 1兆

오세훈 서울시장(맨 왼쪽)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맨 왼쪽)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은 총 44조 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서울시 예산안이 40조원을 넘은 건 사상 처음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편성한 예산안인 만큼 공약사업이 대거 포함했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총 9934억원을 쏟아붓는 청년 지원 사업이다. 신축 주택을 매입해 청년층에게 임대주택 2100호를 공급하는 '청년 매입임대 사업'에 3441억원이 투입된다. 시세 30% 수준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세권청년주택도 2028호→7468호로 3배 이상 규모를 키운다. 청년 주거 지원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만 7468억원으로 전년(3400억원)의 2.2배 규모다. 이 외에 민간참여형 장기전세주택 건설, 저이용·유휴부지를 이용한 공공주택 건설 등 '서민 주거 안정 기반 마련'에도 6177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 예산안(민생과 일상 회복).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시 예산안(민생과 일상 회복).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오세훈 표' 사업으로는 서울형 안심소득 시범사업(74억원)이 들어갔다. 안심소득은 기준소득과 실제 소득 간 차액을 따져 기준보다 소득이 낮은 계층은 차액의 50%를 지원받는 '하후상박형' 복지정책이다. 내년 5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생긴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서울형 온라인 교육플랫폼(서울런)'에는 11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민단체가 이익공동체 형성” 832억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오 시장은 44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꼽았다. 이날 예산안 설명회에서 오 시장은 “관행적·낭비적 요소의 재정 지출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재정혁신을 단행해 총 1조1519억원을 절감했다”며 “이중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민간위탁 보조사업 절감분 832억원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민간위탁 예산을 삭감한 것과 관련, “전임시장 지우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오 시장은 “시민단체라고 하면 시민의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특정인 중심의 이익공동체를 형성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다”며 “생긴 지 얼마 안 된 시민단체나 대표자가 사업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자원 배분 과정까지 개입하고, 심지어 서울시에 들어와서 권한을 행사하는 일들이 수년간 반복됐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예산안(도약과 성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시 예산안(도약과 성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년 TBS(교통방송) 출연금을 123억원 삭감한 252억원으로 책정한 데 대해선 “독립된 언론의 힘으로 정부,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ㆍ대안제시를 하려면 사실상 재정 자립이 가장 선행해야 한다”며 “(예산삭감이) 방송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법률상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시의회, “주민자치 축소·왜곡 절대 용납 안해”

그러나 예산안의 서울시의회 통과는 진통이 예상된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참여, 주민자치 가치를 훼손하는 어떤 행태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 시장의 취임과 함께 주민자치 사업의 성과를 축소·왜곡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시의회는 110석 중 99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역시 “서울시가 기존에 유지해온 시민참여 예산을 삭감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명의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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