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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쟁땐 반드시 구하러 오겠다" 연합사령관의 JSA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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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7월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폴 라캐머러 사령관(오른쪽 첫번째)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폴 라캐머러 사령관(오른쪽 첫번째)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곳은 자유의 최전선이다. 반드시 구하러 오겠다.”

韓 정부 종전선언에 美 이견 속 #'전쟁나면 고립' JSA 직접 방문 #라캐머러, 현장서 수호 의지 확언

폴 라캐머러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반드시 구한다’고 알렸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31일 전했다. 판문점 JSA는 남북 간 전쟁이나 전투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최전선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 배치된 한ㆍ미 장병은 북한군이 선제공격할 경우 가장 먼저 피격되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군사령관도 겸직하고 있는 그는 이날 JSA 대대장 이취임식 현장을 찾아 한ㆍ미 지휘관에게 “최전선에서 노고가 많다”면서도 “제대로 안 하면 무거운 책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각오하라”는 경고도 했다. 그는 또 “항상 전투준비태세 유지에 신경 써달라” “항상 군인의 본능을 믿기 바란다”고 당부와 조언을 남겼다. 그는 한·미 양국군 장교들로부터 인사를 받으며 악수도 했다.

라케머러 한미연합사령관. 미 태평양육군

라케머러 한미연합사령관. 미 태평양육군

라캐머러 사령관은 소령 시절 미2사단 예하 대대 작전 장교로 근무하며 최전방 비무장지대 작전에 나선 경험이 있다. 은성무공훈장을 비롯한 각종 훈장을 받는 등 현장 전투 경험이 풍부하다.

‘18줄의 전사’ 라캐머러

미군에선 라캐머러 사령관을 ‘18줄의 전사’로 불린다. 그가 입는 군 정복 오른손 소매에는 금색 해외복무 소매장(Overseas Service Bar)에 흔적이 남아있다. 미 육군 규정에 따르면 해외복무 소매장은 교전이 일어난 지역이나 적대적 환경에서 근무한 이에게 주어진다. 해당 지역 6개월 근무마다 1줄을 붙인다. 라캐머러 사령관 소매장은 모두 18줄이다.

라캐머러 사령관은 앞서 7월 취임식에서 “(나는) 육해공군, 우주군, 군무원이 가장 위험한 곳(한반도)에서 싸워 이기도록 준비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13년 12월 7일 당시 부통령 시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주한미군 올렛초소에서 북한군에 관한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중앙포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13년 12월 7일 당시 부통령 시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주한미군 올렛초소에서 북한군에 관한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공격받으면 고립 JSA 

주한미군 최고 지휘관의 최전선 방문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북한군과 거의 맞대고 있는 지역이라 사령관 방문 때는 군사 보안과 경계 등을 완벽하게 챙겨야 한다. 라캐머러 사령관은 지난 8월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콜롬비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을 수행했다. 당시는 방한 해외 정상을 수행하는 의전 성격의 공식 행사였던 주한미군 사령관의 방문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이번엔 공교롭게도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이슈화한 뒤 한·미가 이견을 노출한 와중에 판문점 JSA 방문이 이뤄졌다. 유엔사는 29일 JSA 방문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유엔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사령관이 JSA에서 열린 대대장 이취임식을 다녀왔다”고만 밝혔다.

“美, 종전선언에 정전협정 영향 우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바이든 미 행정부는 종전선언을 채택할 경우 정전협정과 유엔군사령부 존속 등에 미칠 국제법적 영향을 예민하게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6일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와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혀 한·미 간 입장차를 숨기지 않았다.

직후 주한미군사령관이자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현장인 판문점을 찾아 유사시 총력 투입을 약속하며, 이곳을 “자유의 최전선”으로 불렀다.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며 주한미군 구호인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오늘 밤에 전쟁이 벌어져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의 자세로 긴장을 잃지 말고 복무하라는 지시로 풀이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인근 DMZ 초소를 방문한 모습. 아래 오른쪽부터 1983년 11월 14일 로널드 레이건, 1993년 7월 11일 빌 클린턴, 2002년 2월 20일 조지 W 부시, 2012년 3월 25일 버락 오바마,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

역대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인근 DMZ 초소를 방문한 모습. 아래 오른쪽부터 1983년 11월 14일 로널드 레이건, 1993년 7월 11일 빌 클린턴, 2002년 2월 20일 조지 W 부시, 2012년 3월 25일 버락 오바마,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

역대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일대의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를 과시했다.

1983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시작으로 1993년 빌 클린턴, 2002년 조시 W. 부시, 2012년 버락 오바마,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문까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13년 12월 7일 당시 부통령 시절 JSA 올렛초소를 찾아 북한군에 관한 상황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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