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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서 음악 연주했다고…'자칭 탈레반' 총격난사 5명 사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州)에서 자신을 탈레반이라고 칭한 무장괴한들이 결혼식장을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소총을 들고 있는 탈레반이 형형색색 오리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트위터]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소총을 들고 있는 탈레반이 형형색색 오리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트위터]

이에 따르면 이날 낭가르하르주 샴스푸르 마르 군디 마을에서 진행된 결혼식에서 젊은 악사들은 분리된 방에서 축하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3명의 괴한이 들이닥쳤고, 악사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지시에 따라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목격자에 따르면 이들은 총격 직전 자신을 탈레반 전사라고 소개했다. 이날 총격으로 사망한 3명 외에도 여러 명이 다쳐 2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황이다.

다만 탈레반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총기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 [AP=연합뉴스]

총기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 [AP=연합뉴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 2명을 구금한 상황이고, 도망 중인 1명도 쫓고 있다”며 “이들은 탈레반을 대표해 행동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 다툼에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의 이름을 판 자들은 샤리아(이슬람법)로 처벌할 것”이라며 “음악 연주를 하지 말아 달라고 설득은 할 수 있지만, 처벌하는 것은 우리의 방침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지난 8월 집권 이후 탈레반은 비교적 온건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지난 1차 통치기(1996∼2001년) 당시 탈레반은 음악 연주를 엄격하게 금지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수도 카불에선 탈레반 대원들이 갑자기 노래방을 들이닥쳐 악기를 부수고, 간판을 철거한 뒤 손님들에게 “당장 돌아가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한편, 31일 탈레반은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최고지도자의 대중 앞 첫 연설을 공개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SNS) 홍보 계정 등을 통해 “아쿤드자다가 전날 남부 칸다하르의 이슬람학교(마드라사) 다룰 울룸 하키마에서 ‘용감한 군인과 제자’를 상대로 연설했다”며 10분짜리 연설 음성 파일을 올렸다.

아쿤드자다는 지난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고 있지만,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탈레반이 향후 이란식 ‘신정일치’ 체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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