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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6위, 북한 28위라는 군사력 격차…핵무기 계산 안했다?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평양에서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 땅크(탱크)부대종대가 행사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 1월 평양에서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 땅크(탱크)부대종대가 행사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신문

“세계 6위 군사강국으로 도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한국을 군사강국으로 치켜세웠다. 앞서 지난해 3월 열린 ‘서해수호의 날’에도 ‘6위’라는 상위권 등수를 강조했다.

미국에서 분석하는 ‘2021 GFP’ 세계 군사력 지수(Global Firepower)는 한국을 6위, 북한은 28위로 평가했다.

그러나 남북한 군사력이 22단계나 격차를 보인다는 성적표를 받아보고 ‘설마’라는 의혹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간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하면서 누가 더 우세한가 논쟁이 뜨거웠다.

제73주년 국군의 날인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육해공군과 함께하는 합동상륙작전(작전명 '피스메이커')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국방홍보원

제73주년 국군의 날인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육해공군과 함께하는 합동상륙작전(작전명 '피스메이커')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국방홍보원

현장의 평가는 복잡하다. ‘당연히 한국이 앞선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한ㆍ미 군 당국은 지난 19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서 당혹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GFP 조사는 140개 국가별 무기ㆍ병력ㆍ전략물자 보유량ㆍ국방비ㆍ국토 면적 등 40여개 항목을 종합해 군사력을 산출한다. 1위는 역시나 ‘천조국’ 미국이 차지했다. 이어서 러시아ㆍ중국ㆍ인도ㆍ일본ㆍ한국ㆍ프랑스ㆍ영국ㆍ브라질 순서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세계에서 군사력이 가장 강한 나라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에서 군사력이 가장 강한 나라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북한은 570만여명의 노농적위군을 보유한다. 직장예비군과 비슷한 무장조직이다. 이 때문에 준군사조직 평가에서 꽤 높은 2위에 올랐다.

북한군은 전차ㆍ잠수함에서도 2위, 병력ㆍ다연장로켓포 평가는 4위로 평가됐다. 북한군이 ‘보병, 포병, 전차 등을 삼위일체로 조합한 전형적인 기동작전’을 펼치는 전략을 추구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장비를 많이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군 상비 병력은 북한군 120만여명보다 크게 적은 50만여명으로 줄고 있다. 310만여명의 예비군으로 전시에 대비하면서 예비군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군 병력이 주석단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군 병력이 주석단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

한국군 자주포는 2위, 야포는 3위, 보병전투차는 4위, 공격헬기는 5위로 평가됐다. 다양한 항목에서 대체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포병을 중심으로 지상군에 무게가 쏠린 군 전력 특징도 엿보인다.

그러나 군사력 평가는 단순히 병력과 무기 수량을 합산해 평가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보게 된다. 무기체계별 성능 차이, 군사 전략, 대외 원조, 전쟁 시나리오 등을 전문적ㆍ과학적 분석하는 워게임도 필요하다. 군사비밀이지만 외부로 알려진 평가 결과도 있다.

제73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 데이가 지난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열린 가운데 F-35A 공군 스텔스 전투기가 수직 상승을 하자 양쪽 날개에 수증기 응축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뉴스1

제73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 데이가 지난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열린 가운데 F-35A 공군 스텔스 전투기가 수직 상승을 하자 양쪽 날개에 수증기 응축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뉴스1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칼날위의 평화』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보고했던 남북한 군사력 평가를 언급했다. 한국군은 북한군보다 육군은 80% 해군은 90% 수준에 그쳐 열세라는 평가다. 그나마 공군은 103%로 약간 우세로 분석됐다.

이때 한국과 미국의 분석은 차이를 보였다. 이 전 장관은 같은 시기 미 국방정보국(DIA) 자체 평가에선 한국이 북한보다 재래식 군사력이 우월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소개했다.

남북한 군사력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남북한 군사력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9년에 나온 군사력 평가는 5년 만에 다른 결론을 내놨다. 구체적인 내용이 외부에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연구 결과를 언급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이 북한군보다 전체적으로 10% 정도 우세한 것으로 평가됐다.

통합 전력 지수를 산출해보니 2004년에는 한국이 북한의 88% 수준에 그쳤고 2009년에는 110%로 추월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2021년 현재 기준에서 보더라도 대체로 재래식 전력은 한국이 우월하다”고 말했다.

아파치 편대가 항공작전사령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가장 앞에서 비행하는 아파치 롱보우는 향상된 센서와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박용한

아파치 편대가 항공작전사령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가장 앞에서 비행하는 아파치 롱보우는 향상된 센서와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박용한

한국은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다목적공중급유기, 공중조기경보기, 글로벌호크 무인 정찰기, 레이더 탐지와 방공 능력이 뛰어난 이지스함 등 북한이 갖지 못한 첨단 전력을 갖췄다.

2030년대 초반 한국군이 경항공모함과 지금보다 더 많은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할 경우 북한과 격차를 더 벌릴 전망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사항을 빠뜨렸다. 핵무기다. GFP 지표와 정부의 군사력 평가 모두 북한군 핵무기 능력은 검토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북한 신포 인근 바다에서 SLBM 시험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 19일 북한 신포 인근 바다에서 SLBM 시험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게다가 지난달 15일 한국이 SLBM 발사에 성공하자 북한도 한 달 만인 지난 19일 SLBM 시험 발사로 맞대응했다. 북한은 한국과 달리 SLBM에 핵탄두 탑재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바다에 숨겨두면 한국과 우방국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지난1월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북한의 4연장·5연장·6연장·12연장 방사포가 줄지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1월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북한의 4연장·5연장·6연장·12연장 방사포가 줄지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압도적인 수량의 신형 유도무기를 기습적ㆍ동시다발적ㆍ복합적으로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ㆍ미 연합군 방공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동시 교전 능력을 초과할 경우 핵심 시설 피해를 막을 수 없다.

하늘을 덮는 강철비에 핵무기 하나 섞여 날아오고 한ㆍ미 연합군이 이걸 놓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북한에서 자취를 감춘 잠수함이 한반도 인근 바다에 숨어있다 며칠 뒤 갑자기 떠올라 핵무기를 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2018년 5월 26일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네브라스카함(SSBN 739)이 미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서 트라이던트 Ⅱ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훈련용으로 핵탄두를 실지 않았다. 미 해군

2018년 5월 26일 미국 해군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네브라스카함(SSBN 739)이 미 캘리포니아주 앞바다에서 트라이던트 Ⅱ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훈련용으로 핵탄두를 실지 않았다. 미 해군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미국이 ‘핵우산’으로 한국을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지켜준다”며 “북한 핵을 군사력 평가에 포함할 경우 미국 핵도 같이 비교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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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핵탄두 약 5800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00기를 보유한다. 핵무기를 탑재한 핵전략 잠수함 14척, 핵무기 탑재 폭격기 66대도 24시간 출격에 대비한다. 양적ㆍ질적인 수준에서 북한 핵을 압도한다.

남북한 중 어디가 군사력이 더 우세한가 따져보는 게 간단하지 않다. 적어도 남북한 군사력 격차를 6등과 28등 차이로 쉽게 보며 안심하기 어렵다. ‘공포의 균형’이 누구에게 더 유리하게 기울고 있을지 살피면서 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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