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수모 씻는다···천안함, 항모 지키는 '호위무사'로 부활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2021.11.14 06:00

업데이트 2021.11.14 08:41

9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 신형 호위함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에서 해군 장병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 신형 호위함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에서 해군 장병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11년 만에 돌아온 천안함이 한국형 항공모함을 지키는 ‘호위 무사’ 역할을 맡는다. ‘천안함 46용사’도 ‘해양 강국’ 한국의 국익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부활했다.

지난 9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배수량 2800t의 대구급 신형 호위함 7번인 천안함(FFG-826)의 진수식이 열렸다.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 공격으로 해군 장병 46명이 산화한 지 11년 만이다.

국회는 내년도 경항모 기본 설계 비용 72억원 편성할 전망이다. 1996년 항모 사업 착수 25년 만에 건조 사업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다. 군 당국은 2033년까지 2조 6497억원을 투입해 국내서 경항모를 설계ㆍ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중앙포토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중앙포토

지난 8일 해군이 공개한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제작한 전투 영상을 보면 상상으로만 그리던 항모전투단의 활약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호위함은 구축함, 잠수함 등과 함께 항모전투단에 꾸려진다.

천안함과 한국형 항모는 11년 전부터 남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

군 당국은 2020년대 초반까지 항모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항모 확보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항모전투단이 항진하고 있다. 해군 영상 캡처

항모전투단이 항진하고 있다. 해군 영상 캡처

‘잠수함 킬러’ 역할을 하는 초계함인 천안함(PCC-772)이 잠수정이 쏜 어뢰 공격에 폭침하면서 대양해군을 향하던 깃발이 내려갔다. 일각에서 “앞바다 집안 단속을 못 하는데 무슨 대양해군이냐”, “공격보다 방어 능력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항모 사업이 얼어붙었던 당시에도 ‘천안함 침몰 때문에 대양해군을 연기하는 건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평도 해병대 장병이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진지가 불타고 있는 가운데 K-9 자주포에 올라 대응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연평도 해병대 장병이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진지가 불타고 있는 가운데 K-9 자주포에 올라 대응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그러나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전 등 연이은 북한 도발에 이목이 끌려 냉정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 붙은 불길 때문에 수평선 너머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천안함 폭침에 미래 위협 준비 멈춰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에 중국은 2012년 9월 첫 항모 실전 배치를 마쳤다. 중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신형 항모 003형은 내년 초 바다로 나올 예정이다. 미국 신형 항모 제럴드 포드급과 일부 비슷한 능력을 갖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지난달 3일 전투기 탑재가 가능하도록 최근 1차 개조를 마친 이즈모함에서 처음으로 F-35B 이착함 능력을 검증했다. 일본은 F-35B 전투기 42대를 도입하며 이즈모급 2번 함인 가가함도 경항모로 개조해 항모 전투단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 4연장·5연장·6연장·12연장 방사포가 줄지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 1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 4연장·5연장·6연장·12연장 방사포가 줄지어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다양한 고도와 사거리를 날아가는 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를 개발했다. 중부권에 위치한 한국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출격하는 기지를 타격하는 능력을 키웠다. 단숨에 미사일 공격을 쏟아부으면 한동안 한국 공군 전투기가 뜨고 내리기 어려워진다.

지난달 19일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도 성공했다. 언제 어디서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이 날아오는지 예측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수비 강화한다고 공격은 사실상 포기

초계함 천안함(PCC-772)이 기동하고 있다. 2010년 3월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 공격을 받았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PCC-772)이 기동하고 있다. 2010년 3월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 공격을 받았다. 해군

최근 다양한 위협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항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는다.

군 관계자는 “축구에서 적 공격에 수비수가 한 번 뚫렸다고 방어에만 집중하고 공격을 완전히 포기하면 이길 수 없다”며 “공격(항모)과 수비(호위함)는 균형 잡힌 동시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모 사업이 멈춘 사이에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졌다. 지난 8일 유지훈 해군사관학교 교수와 에릭 프렌치 미국 뉴욕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미국 외교 안보 전문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실은 기고문에서 항모의 유용성 부각했다.

유 교수는 “기동성에 기반을 둔 항모는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다양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라며 “저강도에서부터 고강도까지 다양한 수준의 위협에 적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직이착륙형전투기가 항모에서 출격하고 있다. 해군 영상 캡처

수직이착륙형전투기가 항모에서 출격하고 있다. 해군 영상 캡처

천안함은 이전에도 두 차례 사용되었던 함정명이다. 1946년에 미국으로부터 인수해 취역한 상륙정 천안정(LCI-101)은 1953년에 퇴역했다. 두 번째는 1988년에 취역한 초계함 천안함은 바다에서 인양해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했다.

천안함, 항모 지키는 ‘호위 무사’ 합류 

‘천안함 3세’가 대한민국 기함인 한국형 경항모를 호위하는 운명을 안고 부활했다.

9일 해군 신형 호위함으로 새롭게 탄생한 천안함은 길이 122미터, 폭 14미터, 높이 35미터, 경하톤수는 2,800톤으로 무장은 5인치 함포, 함대함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근접방어무기체계 등을 갖추고 있으며, 해상작전헬기 1대를 운용할 수 있다. 엔진은 가스터빈과 추진전동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로 수중방사소음을 줄였다. 사진은 천안함 주요 탑재 장비 및 제원. 방위사업청

9일 해군 신형 호위함으로 새롭게 탄생한 천안함은 길이 122미터, 폭 14미터, 높이 35미터, 경하톤수는 2,800톤으로 무장은 5인치 함포, 함대함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근접방어무기체계 등을 갖추고 있으며, 해상작전헬기 1대를 운용할 수 있다. 엔진은 가스터빈과 추진전동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로 수중방사소음을 줄였다. 사진은 천안함 주요 탑재 장비 및 제원. 방위사업청

신형 호위함(FFG-826)은 기존 천안함(PCC-772)에 비해 대잠능력을 크게 강화했다. 기존에 없었던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를 탑재하여 함정의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면서 잠수함 공격도 가능하다. 수 십㎞ 떨어진 잠수함도 재빠르게 타격할 수 있다.

신형 호위함인 천안함은 경항모를 중심으로 이지스구축함(DDG), 신형 군수지원함(AOE-Ⅱ), 중형 잠수함(SS-Ⅲ), 차기 구축함(KDDX), 공중조기 경보기(E-737), 해상초계기(P-8) 등으로 꾸려진 항모전투단에 포함된다.

천안함은 대구급(FFG-818) 호위함의 7번 함이다. 앞서 2019년 6월 진수한 뒤 지난 1월 취역한 대구급 호위함 2번함인 경남함(FFG-819)이 항해하고 있다. 해군

천안함은 대구급(FFG-818) 호위함의 7번 함이다. 앞서 2019년 6월 진수한 뒤 지난 1월 취역한 대구급 호위함 2번함인 경남함(FFG-819)이 항해하고 있다. 해군

항모는 이처럼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항모전투단 한반도 인근에서 작전할 때는 소규모, 먼바다를 나갈 때는 대규모 세력으로 팀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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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서 유 교수는“항모는 최첨단의 통합 전투시스템을 갖춘 호위전력들과 함께 운용됨으로써 다양한 수준의 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막강한 방위력과 공격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비가 뚫려 공격 전술을 펼치지 못했던 한국 해군이 더 강력해진 수비수를 영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든든한 수비수 덕분에 손흥민과 같은 공격수인 한국형 항모를 도입하면 전방위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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