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범 내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29 00:03

지면보기

경제 06면

이종호가 27일 울산 현대와 FA컵 4강에서 골을 넣고 호랑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종호가 27일 울산 현대와 FA컵 4강에서 골을 넣고 호랑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범 내려왔습니다. 잊혔던 ‘이종호랑이(이종호+호랑이)’가 돌아왔다고요.”

올 시즌 대한축구협회(FA)컵 최대 이변을 이끈 전남 드래곤즈 공격수 이종호(29·사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K리그2(2부리그) 전남은 지난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FA컵 4강에서 K리그1(1부리그) 울산 현대를 2-1로 꺾었다. 이종호는 전반 22분 절묘한 헤딩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울산은 1부 선두권 팀이다. 이종호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모두 우리가 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자신 있었다. 골잡이인 내가 득점하면 분명 팀이 이길 거라 믿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호에게 이 골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과거 울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2017년 울산에 입단한 이종호는 그해 정규리그에서 8골 3도움으로 맹활약했다. 같은 해 FA컵 결승 1차전(2-1승)에선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대회 첫 우승에 힘을 보탰다.

몸싸움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플레이와 날카로운 골 결정력에 반한 팬은 그를 울산의 마스코트인 호랑이에 빗대 ‘이종호랑이’라고 불렀다. 그는 득점 후 양손을 호랑이 발톱처럼 세우고 포효하는 ‘호랑이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그의 상승세는 부상에 꺾였다. 그는 2017년 FA컵 결승 2차전(0-0무)에서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됐다. 재활 치료를 하느라 2018시즌(3경기)을 통째로 날렸다.

그의 빈자리는 브라질 골잡이 주니오가 메웠다. 주니오는 2018시즌 리그 22골을 몰아쳤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종호의 자리는 없었다. 이종호는 “속상했다. 나의 공백을 언제든지 다른 선수가 채울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입지가 좁아진 그는 2019년 V-바렌 나가사키(일본 2부)로 임대됐다가 2020년 전남(2부)으로 이적했다. 일각에선 “이종호의 전성기는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이종호는 “‘다치고 기량이 떨어졌다’는 소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2부는 1부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리그라는 게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종호는 다시 일어섰다. 그는 “동갑내기 (손)흥민이, (이)재성이, (황)의조는 해외에서 펄펄 난다. 나도 뭔가 해야 했다. 신인 때처럼 한 단계씩 밟아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자는 시간 외엔 모두 축구에 투자했다. 유튜브로 훈련법을 연구하며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팀 훈련 뒤 왼발로 10개, 오른발로 10개 추가 슈팅 훈련을 했다. 마치 실전처럼 슈팅 하나하나에 혼을 실었다. 부상 방지를 위해 매일 요가도 했다. 모두 새로 시작한 훈련이다.

지난 시즌 4골에 그친 그는 올 시즌 8골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이달에만 3골(FA컵 포함 4골)을 넣는 뒷심을 발휘했다. 이종호는 울산전에서 골을 넣은 뒤, 4년 만에 양손으로 허공을 할퀴는 ‘호랑이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종호는 “‘이종호랑이’의 건재를 알리는 세리머니였다. ‘난 아직 (기량이) 살아있다’는 것을 팬에게 알렸다”며 기뻐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FA컵 우승과 1부 승격이다. 4위 전남은 2부 준플레이오프에 나선다. FA컵에선 대구FC(1부)와 우승을 다툰다. 이종호는 “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 제2의 전성기가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