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귀싸대기'를 여기서 보네…155분 마블 백과사전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20:02

업데이트 2021.10.29 20:26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배우 마동석(가운데). 초강력 힘의 전사 길가메시를 연기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배우 마동석(가운데). 초강력 힘의 전사 길가메시를 연기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한 편의 영화라기보단 향후 마블 세계관(MCU)을 풀어내는 백과사전에 가깝다. 마동석이 최초 한국계 슈퍼 히어로로 출연한 마블의 26번째 액션 영화 ‘이터널스’가 28일 사전 시사로 육중한 실체를 드러냈다. 상영시간이 155분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181분 다음으로 가장 길다.

마블 히어로 액션 영화 ‘이터널스’ 3일 개봉
마동석 할리우드 진출…마블 첫 한국 히어로
마블 최초 청각장애·게이 히어로…다양성 눈길
상영시간 155분…"깊은 주제" "무겁다" 평가 갈려

수천 년 전 식인 괴물 ‘데비안츠’를 해치우러 지구에 온 불멸의 히어로 ‘이터널스’는 현대에 되살아난 데비안츠를 막기 위해 오랜 은둔 생활을 깨고 다시 힘을 합친다. ‘노매드랜드’로 올 초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3관왕을 차지한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제16회 로마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첫 베일을 벗었다. 한국은 미국보다 이틀 빠른 다음 달 3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마블 전사 마동석, 우주괴물에 뺨따귀 액션

이 영화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마동석은 10인의 이터널스 중 최강 괴력의 ‘길가메시’를 맡아 한국영화에서 자랑해온 묵직한 핵주먹의 위력을 떨쳤다. 우주 에너지로 골격을 빚은 길가메시는 스피드보다는 힘을 증폭하는 능력으로 승부하는 캐릭터.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날쌘 창과 방패의 전사 ‘테나’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짝패 합을 펼친다.

‘부산행’ ‘범죄도시’에서 적진을 꿰뚫던 불도저 같은 마동석의 모습보다 ‘신과 함께’에서 결정적 순간에만 괴력을 휘두르던 푸근한 마음씨의 수호신 캐릭터를 더 닮았다. 거대한 데비안츠에 맨손 뺨따귀를 날리는 액션만큼, 동료들에게 ‘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앞치마를 하고 손맛을 발휘하는 ‘마블리(마동석+러블리)’다운 장면이 재미를 준다. 이번 영화에서 처음 소개되는 캐릭터가 많은 데다 졸리의 존재감이 워낙 커 마동석이 기대만큼 돋보이진 않는다는 것은 아쉽지만, 할리우드 신고식으로선 묵직한 인상을 남겼다.

마블은 마동석을 캐스팅하기 위해 원작 코믹스에서 아시아계가 아니었던 길가메시의 인종까지 바꾼 터다. 그런 변화가 영화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구현된다. 이터널스 전사 10인이 서로 겹치는 구석이 없을 만큼 마블 사상 가장 다양한 인종‧국적‧성별‧세대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마블 최초 청각장애·동성애자 히어로

치유력을 지닌 이터널스의 리더 ‘에이젝’은 멕시코 배우 셀마 헤이엑, 투철한 인류애와 물질을 조작하는 능력으로 새 구심점이 되는 ‘세르시’는 중국계 영국 배우 젬마 찬이 맡았다. 최고의 스피드를 지닌 마카리(로런 리들로프)는 마블 최초의 청각장애 히어로. 천재 발명가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마블 최초 게이 히어로로, 동성결혼으로 아이까지 둔 부모로 묘사된다. 파키스탄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가 맡은 히어로 킨코 캐릭터가 펼쳐내는 ‘발리우드’ 뮤지컬 장면도 신선하다.

'이터널스'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는 히어로 이카리스(리처드 매든)와 세르시(젬마 찬)은 영화 전개의 중심 역할을 한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터널스'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는 히어로 이카리스(리처드 매든)와 세르시(젬마 찬)은 영화 전개의 중심 역할을 한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대 배경도 방대하다. 이터널스들이 고대에 전멸시킨 데비안츠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사라졌던 인류의 절반이 살아 돌아온 여파로 부활했다는 설정이다. 전작에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시험해온 자오 감독은 기원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시작으로 바빌론, 아즈텍 제국, 동남아시아 굽타 제국까지 지구 생명과 물질, 인류 문명사를 모조리 녹여낸 역사의 궤적을 정교하게 스크린에 펼쳐낸다. 아프리카 해안 근처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두 섬 푸에르테벤투라, 라사로테에서 실제 사막과 바다, 화산 장면 등을 로케이션 촬영했고 영국에도 130개 넘는 초대형 세트로 역사의 현장을 되살려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에서 ‘아(A)’를 뺀 이름으로 소개되는 ‘테나’, 엔딩장면 직후 쿠키영상에 등장하는 ‘에로스’ 등 그리스‧로마 신화에 뿌리 둔 캐릭터도 눈에 띈다. 헐크를 연상시키는 길가메시의 액션 등 이터널스의 다채로운 초능력은 극중 연대기 순으론 후대에 탄생하는 기존 히어로들의 기원을 밝히는 듯한 인상도 준다.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스타 키트 해링턴이 연기한 ‘데인’ 캐릭터의 마지막 쿠키영상 장면 등 마블의 후속 시리즈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다시 꺼내보게 될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적지 않다.

마블 세계의 묵직한 기원…특유의 유머 아쉬워

'이터널스'는 지구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은둔해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터널스'는 지구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은둔해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기존 히어로물이 보여준 화려한 초능력 액션보다 불멸에 가깝게 살아오며 반복된 전쟁과 살육을 목격해온 히어로들의 심리적 갈등과 존재론적 고민에 비중을 둔 것도 특징이다. 수천 년간 퇴적된 트라우마의 총집합체 같은 히어로들의 상태는 필연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기존 마블 시리즈 특유의 재치 넘치는 유머, 유쾌한 활극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현지 평가도 크게 엇갈린다. 28일 기준,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 언론‧평단 신선도는 65%로 역대 26편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매체 ‘아틀란틱’은 “수천 년에 걸쳐 지구의 삶을 경험한 강력한 역사의 관찰자가 나누는 경외심과 절망을 추적한다”며 깊이 있는 주제에 주목했지만, ‘엠파이어 매거진’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슈퍼 히어로 세계 진출이 야심 차고 현기증 날만큼 우주적 규모로 펼쳐지지만, 슈퍼히어로 스토리텔링의 진부한 표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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