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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성남시 백현동 '옹벽아파트' 특혜 의혹 조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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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백현동 구(舊)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지어진 아파트 전경. 함종선 기자

경기 성남시 백현동 구(舊)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지어진 아파트 전경. 함종선 기자

대장동과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진행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 A아파트(전용면적 84~129㎡, 1223가구)'와 관련한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이 아파트는 인허가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28일 성남시 관계자는 "26일부터 감사원의 조사가 시작됐으며 11월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관 3명을 투입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실지감사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고 감사실시 여부를 검토하는 사전조사"라고 설명했다.

산을 깎아 지은 이 아파트에는 최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이 있다. 국내 아파트 단지 옹벽 중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 긴 옹벽이다. 이 아파트는 성남시가 이례적으로 용도 변경(임대 → 민간분양)과 종 상향(자연녹지→준주거)을 해줘 민간사업자에게 3000억원에 가까운 분양수익을 안겨줬다.

이 부지는 서울 비행장 옆이라 고도제한이 있어 아파트를 일정 높이 이상 높게 지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산을 수직으로 깎고 옹벽을 최대 50m 높이로 세워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을 더 많이 확보했다. 옹벽 설치 과정에서 산지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비탈면(옹벽 포함)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가 되도록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이런 옹벽은) 오늘 처음 봤다"며 "산지관리법 위반 문제는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13일 성남미래정책포럼이 시민 320여명의 서명으로 이 아파트 건설사업 승인과 관련해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제공과 위법한 옹벽 설치 허가를 했다는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4개월이 지나도록 감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감사원이) 현재 감사 실시 여부 결정을 위한 사전조사 중에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원 관계자는 "공익감사 청구 건이 많아 조사 착수가 다소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중앙일보 보도〈10월 5일 자 4면〉이후 새로운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과거 선대본부장 출신 인사가 이 사업에 참여해 7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또 성남시가 이 부지의 용적률 상향 대가로 민간사업자에게 토지를 기부받고 임대주택을 10% 가량(123가구) 의무적으로 짓도록 했지만, 이 중 4가구가 전용 229㎡ 규모의 펜트하우스이인데다, 23가구의 임대물량은 지금까지도 임차인 모집 공고를 하지 않고 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성남시는 현재 '동별 사용승인'만 내고 시행사를 통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옹벽의 구조 안정성을 재검증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언급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감사원이 서둘러 감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관계자는 "백현동 아파트의 옹벽 설치 허가는 물론, 용도변경, 임대, 공공기여 등 전반적인 내용을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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