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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나이' 정수빈 "마음의 빚 조금 덜었다"

중앙일보

입력

정수빈(31·두산 베어스)은 역시 가을 사나이였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2루 정수빈이 역전 투런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2021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2루 정수빈이 역전 투런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정수빈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서 5회 말 역전 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산은 키움을 7-2로 이기고 포스트시즌 티켓 확보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6위 키움에 1경기 차로 쫓기면서 가을야구 진출이 불투명했지만, 이날 승리하면서 키움과 격차를 2경기로 벌렸다.

2009년에 프로 데뷔한 정수빈은 12시즌 동안 홈런은 27개만 기록했다. 연평균 2.25개 홈런으로 장타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가을야구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대포를 날렸다. 정수빈은 올 시즌 초반부터 깊은 슬럼프에 빠져 2군도 다녀왔다. 지난 8월에는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졌다. 그는 "원래 시즌 초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편인데, 올해는 그 기간이 더 길었다. 핑계 대지 않겠다. 내가 정말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런 정수빈이 9월부터는 맹타를 휘둘렀다. 월간 타율이 0.307로 예전의 잘 치고 잘 달리던 정수빈으로 돌아왔다. 바닥을 쳤던 올 시즌 타율도 2할 중반대로 만회했다. 그 사이 7위까지 처졌던 두산도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는 "순위 싸움을 하는 후반기에 팀에 도움이 많이 돼 마음의 빚을 조금 덜었다"고 했다.

정수빈은 날씨가 선선해지면 유독 방망이가 뜨거워진다. 특히 가을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에선 마치 4번 타자처럼 폭발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타율은 0.333이다. 홈런도 3개나 때렸다. 2015년에는 타율 0.571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가을이 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며 웃었다.

두산은 시즌 막판 외인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빠졌다. 에이스 미란다는 어깨에 피로가 몰려 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고 휴식하고 있다. 두산이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다음 달 1위 열리는 5위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나오지 못할 수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아픈 선수는 어쩔 수 없다. 현재 전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가을에 강한 정수빈은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 후배들에게 "정규리그가 끝나면 성적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부담은 놓고 스스로 '영웅이 된다'는 마음으로 경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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