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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 사건' 숨진 피의자 독성물질 인터넷 구매…범행동기 여전히 미궁

중앙일보

입력

26일 생수병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강모씨의 혈액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26일 생수병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강모씨의 혈액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생수병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채 숨진 직원 강모(30대 남성)씨의 혈액에서 독성 화학물질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다. 생수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다가 6일 만에 숨진 피해 직원 A씨의 혈액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물질이다. 경찰은 강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런 결과를 우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정밀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지드화나트륨은 주로 농업용 살충제나 제초제의 원료로 사용된다. 물에 잘 녹고 색을 띠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마시면 구토와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생수병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 같은 팀의 또 다른 직원이 마셨던 탄산음료병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 강씨의 자택에서는 아지드화나트륨, 메탄올, 수산화나트륨 등이 발견됐다.

직장 내 괴롭힘·인사보복?…6일 만에 상사 사망

숨진 피해자 A씨는 지난 18일 서초구 양재동의 한 회사에서 각자의 책상 위에 있던 생수병을 마시고 쓰러진 직원 두 명 중 한 명이다. 숨진 A씨가 강씨의 상사로 파악되면서 경찰은 직장 내 괴롭힘, 인사 문제 등이 범행동기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강씨는 평소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숨진 직원 A씨가 강씨의 상사는 맞지만, 현재 범행 동기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수사 중이라 인사 불만이 있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고 보긴 힘들다”고 밝혔다.

강씨가 사건이 발생한 18일, 퇴근 이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옷을 가져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그의 행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강모씨가 옷을 갈아입었거나 퇴근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옷을 가져갔다는 내용 모두 사실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몸에서는 나온 독성 물질, 생수병에선 안 나와  

경찰은 강씨의 사건 전후 행적을 파악 중이다. 생수병의 물을 마신 피해자들의 몸에서는 독성물질이 나왔지만, 생수병에서는 아지드화나트륨이 발견되지 않아 사건 당시의 상황에 의문점이 남은 상황이다. 동일한 장소와 시각에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신 다른 직원 B씨는 현재 퇴원해 회복중이다. B씨의 혈액에서는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씨가 직원 두 명이 물을 마시기 전에 독성물질을 탄 음식물을 먹게끔 했거나 범행 이후, 독성물질이 든 생수병 등을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화된 아지드화나트륨을 흡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숨진 피의자가 독성물질 구매…범행동기 파악 중

한편 경찰은 강씨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지난 9월 말 독성물질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용 시약 전문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아지드화나트륨 등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이트는 의약 관련 소속기관임을 등록해야 구매가 가능하지만, 강씨는 본인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업체의 사업자 등록증을 이용해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강씨의 행적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고 주변 지인들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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