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전국금속노조연맹,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정부에 전달하는 의견서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2030년 무공해차(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년까지 친환경차 450만대를 보급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한 데 대한 반기다.
노동조합과 산업협회가 같은 목소리를 낸 건 그만큼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건의서를 주도한 정만기(62)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지난 20일 만나 위기감을 들어봤다. 정 회장은 “미래차 전환에서 가속페달만 밟으면 국내 자동차 부품사가 안팎으로 견디기 힘들 것”이라며 “해외 경쟁사보다 취약한 산업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2030년 친환경차 450만대 보급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 “실제는 300만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달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20만대로, 2030년까지 450만대를 달성하려면 매년 약 54만대를 보급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차가 글로벌 기준 15만대다. 이중 국내 판매량은 7만대다.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은 아직 친환경차 생산 계획도 잡지 못했다. 플랫폼과 모델 개발에 최소 4~7년이 걸리는데 산술적으로 2030년 450만대 보급은 어렵다.”
- 미국·유럽·일본도 비슷한데 유독 한국 기업이 취약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뭔가.
-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중 82%는 매출 100억원 미만이다. 또 부품 기업 중 46.8%는 엔진과 동력계 관련 기업으로 친환경차 전환 시 직접 타격을 받는다. 이에 더해 한국은 자동차 부품 국산화 비율이 높아 경쟁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 교역액 중 수입 비중은 미국 61.7%(2019년 기준), 독일 38.9%, 일본 19.7%지만 한국은 16.7%다. 수출도 자동차 부품 교역 중 수출 비중은 한국은 83.1%이고 미국은 38.3%다.”
- 바람직한 미래차 전환 방법이 있나.
- “내연기관차가 일정 시간은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 내연차 수요가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미래차 전환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 “경쟁국 정부는 자국 미래차 산업 보호에 발 벗고 나선다. 미국은 지난 9월 전기차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산 배터리 탑재 시 500달러의 추가 혜택을 부여한다. 일본·중국도 친환경차 혜택에 자국산업 우대가 있다. 국내 친환경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상대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