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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20번 했다" 송영길은 왜 1% 지지율 김동연에 매달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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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제가 정치선언을 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들어오라’고 전화를 한 20번은 하셨을 거다.”
‘새로운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창당 행사 전날 송 대표가 저에게 전화해서 ‘제 전화 이제는 받으실 거죠’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제가 막 웃었다. 제가 한 번 받고 안 받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가 ‘언제 밥이나 하시죠’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송 대표는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새로운물결’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공개 러브콜을 건넸다. 송 대표는 “저는 김 전 부총리님의 책을 다 읽었다”며 “김 전 부총리를 모시고 모스크바에 가면서 대륙 경제와 우리 대한민국이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를 같이 꿈꾸고 공유했다”고 인연을 내세웠다.

김 전 부총리를 향한 송 대표의 적극적인 구애를 두고 민주당에선 “차기 대선 승리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송 대표가 본격적으로 ‘김동연 끌어안기’에 나선 것”(서울권 중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부총리를 돕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창당 선언 후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에게서도 ‘밥 한 끼 하자’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 지지율’ 김동연 왜 껴안나

지난 8월 20일 이미 대선 도전 선언을 했지만 김 전 부총리의 정치적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25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여론조사에서 김 전 부총리의 지지율은 1.1%(이재명·윤석열 등 다자대결 시)에 그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8%)에도 못 미친 5위였다.

2018년 8월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광역지자체장 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 셋째)와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양승조 충남지사. 연합뉴스

2018년 8월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광역지자체장 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 셋째)와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양승조 충남지사. 연합뉴스

그럼에도 민주당이 구애에 적극적인 건 김 전 부총리의 잠재력 때문이다. 충청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지 후보 선택을 유보한 중도층이 15~20% 정도인데 그중 5%만 김 전 부총리를 지지해도 앞으로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면 윤석열 혹은 홍준표 대 이재명의 네거티브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양쪽 모두에 맘을 주지 못하는 중도층이 더 부풀어 오를 것”이라며 “김 전 부총리가 2002년의 정몽준이나 2012년의 안철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고 말했다.

25일 발표된 리얼미터·YTN 여론조사에서 ‘중도 성향’ 응답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28.5%로 국민의힘(43.5%)에 15%포인트 뒤졌다. 전체 응답자 중 양당의 지지율 격차(9.3%포인트)보다 큰 차이다. 진보·개혁 성향을 어필해 온 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재선 의원은 “실행력을 앞세워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온 이 후보가 급격한 변신으로 중도층 안정 욕구를 끌어안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경제관료 출신인 김 전 부총리와의 연대 혹은 단일화는 이런 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세를 하던 중 예정에 없이 깜짝 등장을 한 안철수 전 후보가 자신에 매고 있던 노란 목도리를 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세를 하던 중 예정에 없이 깜짝 등장을 한 안철수 전 후보가 자신에 매고 있던 노란 목도리를 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정몽준, 2012년 안철수 될 수도" 

여전히 중도층 사이에 의미있는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더 이상 여권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민주당이 김 전 부총리를 포기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김 전 부총리의 존재감은 아직 과거 정몽준·안철수에 비교하긴 어렵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중도층 규합에 도움을 줄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에 속한 한 중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는 김 전 부총리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 등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 왔지만 '반(反) 문재인' 노선을 앞세우진 않고 있다. 지난 24일 창당발기인 대회에서도 그는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정치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인사이면서도 정권 교체 여론을 상당히 중화할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박상훈 정치학 박사(정치발전소 학교장)는 “김 전 부총리 영입이 각 정당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무조건적인 중도층 규합이나 통합론은 ‘선거용’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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