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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코앞인데 학교 안가"…조퇴 후 스터디 카페 가는 수험생들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후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새 방역지침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계속 제한되지만 독서실·스터디카페·공연장·영화관은 자정까지 운영 시간이 확대된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새 방역지침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계속 제한되지만 독서실·스터디카페·공연장·영화관은 자정까지 운영 시간이 확대된다. 연합뉴스

“월요일부터 밤 12시 제한 풀리면서 확실히 찾아오는 학생들 늘었죠.”

서대문구에 있는 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43)씨의 얘기다. 이곳은 시간제 등으로 회원권을 구매하면 언제든 들려 공부를 할 수 있는 독서실이다. 카페처럼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수험생에게 인기다. 개별칸막이식, 개방 카페식, 개인룸 등 공간을 다양하게 구분해 원하는 자리에서 공부할 수 있다. 김씨는 “오전 중에 교복을 입고 오는 수험생도 있고, 점심이 지나서 오는 학생들도 하루에 1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 학교 대신 스터디 카페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걱정으로 학교가 아닌 스터디 카페를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수능을 앞두고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더는 공부를 할 수 없어 사설 독서실로 향하고 있다.

수험생 곽모(18)군은 "수시에 합격한 친구들이 놀려고 등교하는 상황이라 학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적이 있어서 최대한 담임선생님, 부모님과 조율해 병결로 조퇴한 뒤, 집 근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터디 카페는 다른 이용자들과 차단된 1인실 공간도 있어서 이런 곳을 가면 코로나 확진 위험도 없고, 낭비하는 시간도 줄어서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조퇴하고 스터디 카페 갈래”“안된다” 부모와 갈등도

8일 밤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밤10시가 넘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이날부터 4단계 지역 스터디카페와 독서실, 공연장, 영화관은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뉴스1

8일 밤 서울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밤10시가 넘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이날부터 4단계 지역 스터디카페와 독서실, 공연장, 영화관은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뉴스1

학교 대신 스터디 카페를 택한 수험생이 부모와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험생 최모(18)군은 “학교는 이동 수업 때문에 흐름이 끊기기도 해서 관리형 독서실을 가고 싶은데, 조퇴 허락을 부모님에게 받기가 쉽지 않다”며 “부모님은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게 말이 되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들은 최군의 학급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조퇴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최군이 다니는 학교에선 등교하자마자 조퇴를 하는 수험생이 한 반에 5명 정도 된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0일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괴정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이 잠을 깨기 위해 복도에서 공부하고 있다. 뉴스1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0일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괴정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이 잠을 깨기 위해 복도에서 공부하고 있다. 뉴스1

조퇴 대신 코로나19 가정학습?…학교마다 운영 달라

‘코로나19 가정학습’을 이용하려는 수험생도 늘었다. 코로나 가정학습은 지난 3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협의해 연간 최장 40일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교외체험학습이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 가정학습을 쓰고 스터디 카페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 “재수를 하면 코로나 가정학습에 불이익이 있냐” 등의 문의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가정학습도 체험학습 사유로 봐서 출석을 인정한다는 취지지만 학교별로 운영방침이 달라 수험생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수험생 김모(18)양은 “10월에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나고 이미 수시에 합격한 친구들은 준비할 게 없다 보니 학교가 ‘놀자판’이 됐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기도 해서 불안한 마음에 따로 공부하려고 하는데 코로나 가정학습을 쓰려고 했더니 선생님이 ‘그런 거 쓸 바엔 학교 와서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A씨는 “우리 학교의 경우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에 치명적인 학생에게만 가정학습을 사용할 수 있다. 확진의 위험 때문에 코로나 가정학습을 쓰고 싶지만 학교 방침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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