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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재등장 ‘주어 논란’…BBK에 이어 대장동 키워드 되나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4년 전 대선 정국의 ‘주어(主語) 논란’이 재연되는 걸까.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 대한 의문이 ‘주어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18일과 20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공방을 벌인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 대한 시각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없게 된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서 ‘동작의 주체가 되는’ 주어가 이번 사건의 배임 혐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예민한 포인트라는 것이다.

“건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의 주어 논란

이재명 경기지사도 두 차례의 국정감사에서 각별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18일 초과이익 환수 조항과 관련해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게 팩트입니다”라고 정리했다. 이 발언에서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주체 이 지사로 인식이 되자 이후 이 지사 측에선 “이 후보가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그랬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이 설명이 ‘주어가 바뀌었다’는 언론의 지적으로 이어졌고,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하루 만에 주어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2007년 제17대 대선 정국의 ‘주어 논란’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정치권을 강타한 논란이다. BBK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차단하던 캠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2000년 광운대 특강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새누리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전 의원이 “‘내가’라는 주어가 없다”는 논평으로 설립 의혹을 차단했으나 논란이 이어졌다.

“공사에서 채택 안 돼”…“삭제 아니라 미채택”

이 지사는 두 번째 국감에서는 더 자세한 설명을 했다. “세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사의 하위 직원이 ‘초과이익에 대해서 환수합시다’ 라는 의견을 냈는데, 그게 도시공사 내에 간부 선에서 채택이 안 됐다는 얘기를 최근에 언론을 보고 알게 됐다”는 것이다.‘삭제’가 아니라 ‘미채택’이라는 설명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 지사와 야당은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며 강 대 강으로 맞붙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당시 이 지사가 추진한 ‘고정 이익 확보’ 지침 때문에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을 수 없었다는 것으로 이 지사가 스스로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을 민간에게 몰아주려고 설계한 것이자, 배임 혐의를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당 “배임 혐의 자인한 것”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공모 당시에 이미 확정 이익으로 나갔고, 그걸 전제로 응모했는데 세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사의 하위 직원이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의견을 냈는데 (성남)도시공사 내 간부 선에서 채택이 안 됐다는 얘기를 최근에 언론을 보고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벌 회장에게 계열사 대리가 제안한 것이 있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 지사가 대장동 설계자 자처하면서 초과이익 환수조항 부분에 대해 최근 언론 보도 알았다고 하루 만에 발뺌했다"며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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