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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1인 가구 31% 돌파, ‘고독병’ 대책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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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0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664만 가구로 일반가구(2093만)의 31.7%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주된 가구 유형은 2005년 이전에는 4인 가구였다. 그러다 2010년에는 2인 가구가 가장 많았다. 다시 2015년 이후에는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화해왔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2045년이 되면 1인 가구 비율이 37.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소규모 주택 공급 대폭 확대하고
고령 1인 가구 세심한 정책 필요

이렇게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20, 30대 청년층의 결혼에 대한 의식이 변화하고,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노년층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난 이유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사별로 인해 혼자 살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혼의 증가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0년 기준 1인 가구주는 20대가 19.1%로 가장 많았다. 70대 이상 18.1%, 30대 16.8%의 순이다. 1인 가구 비율은 지역 간에도 차이를 보인다. 대전이 36.3%로 가장 높고, 서울은 34.9%이고 경기는 27.6%로 가장 낮다.

전국적으로 1인 가구주의 약 80%는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20, 30대가 약 240만 명으로 전체의 35.9%로 가장 많다. 65세 이상 고령자도 166만 명으로 25%를 차지한다. 현재 빠르게 진행 중인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의 영향으로 장래에는 고령층의 비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과거 3~4인 가족 위주로 수립된 각종 제도와 정책에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해졌다. 우선 주택 공급정책을 수정해 1인 가구를 위한 소규모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각종 우대정책의 기준에서도 1인 가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또한 1인 가구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복지정책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현재 1인 가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20, 30대 청년 1인 가구에는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들은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이라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청년 월세 보조금 등의 지원을 강화하고,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청년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주거 수준을 개선할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청년 다음으로 많은 고령층 1인 가구는 경제력이나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지금보다 정부가 더 세심하게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지역 돌봄을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보건·의료·돌봄·복지·주거 등을 망라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를 전국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지금도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담 정책팀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저소득 1인 가구에 주택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안심마을 보안관 제도, 집 앞 CCTV 설치 지원, 노인을 위한 동행 돌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사회에서 고립되고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1인 가구가 지배적인 가구 형태가 된 것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 영국은 테리사 메이 총리 재임 시절에 “고독도 병이다”라고 선언했다. 국민의 ‘고독 병’을 치유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전담부서까지 만든 것은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인 가구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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