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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코로나가 던진 과제…읽고 쓰기 힘들어하는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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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나야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최나야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코로나19와 함께 살게 된 지 이제 만 2년이 다가온다. 대학생활의 낭만을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 1~2학년생들보다도 더 안쓰러운 건 초등 1~2학년생들이다. 입학하고도 학교에 못 간 날이 많았고, 친구들을 만나도 마음껏 뛰어놀 수 없었다. 온라인 수업은 어색하고 어려워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절절맸다.

최근 2년간 심각해진 우리나라 아이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는 세계적 감염병 문제와 관련이 없지 않다. 현장 교사들은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습격차가 커졌고 약 20% 정도의 학생들이 읽기와 쓰기 능력, 즉 문해력(文解力)이 약해 힘들어한다고 전한다. 미국에서 읽기 능력이 학년이 끝나는 6월보다 새 학년이 되는 9월에 더 낮다는 ‘여름방학 효과’가 떠오른다. 그만큼 교실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학생의 문해력 향상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코로나 2년, 학생들 문해력 떨어져
정부는 전문 교사 대폭 양성 나서야

문해력은 현대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개인의 학업 성취와 사회·경제적 지위뿐 아니라 학업 중도 탈락률과 범죄율, 문화적 수준을 설명하는 변인이기도 하다. 미래를 책임질 아동의 문해력이 탄탄하게 발달해야 고루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뜻하는 ‘마태 효과(Mattew effect)’는 문해력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저학년 때 읽기 능력이 뛰어난 학생은 빠른 문해 발달을 보이며 학업성취도 뛰어나다. 하지만 초반에 읽기 부진을 보이는 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커진다. 그 차이를 가르는 시점은 초등 2학년 말이다. 즉, 10살이 되기 전까지 해독 능력과 어느 정도의 읽기 유창성을 갖추지 못하면 이후 문해력 발달과 학업 성취에서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아기까지 책을 많이 읽어주고 나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문해 놀이를 하며 글자에 관심을 갖게 도와줘야 한다. 이런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아동은 1학년 때 한글 교육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부모는 1~2학년 아이의 문해력 발달을 점검하고, 좋은 책과 신문을 함께 읽으며 읽기 동기를 계속 키워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부담을 가정에만 지울 수는 없다. 국민의 문해력 발달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먼저 져야 한다. 조지 부시, 빌 게이츠, 애거사 크리스티 등 난독증(難讀症)을 극복한 유명인들의 사례는 희망을 주지만, 안타깝게도 무수히 많은 아동이 읽기와 쓰기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해력이 낮은 국민이 된다.

한국의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2017년부터 신입생에게 한글 지도를 시작하는 ‘한글 책임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기초 학력 전담 교사제’를 시작한 전남교육청에 이어 올해는 충북·경북·울산교육청도 도입해 반갑다. 그러나 전담교사 양성 체계의 미비로 인한 전문성 부족과 학기 단위의 근시안적 중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전담 교사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시행 중인 제도를 평가하고 체계화된 교육 연수를 통해 전문 교사들을 충원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전문가가 읽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1대1로 지도한다. 지역별로 따로 대응해 시간과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해 연구와 주관기관 설립을 검토할 때가 됐다.

저소득·맞벌이·조손·다문화 가정의 아동도 문해 환경과 경험의 결핍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국가는 이런 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와 초기 학령기 문해력 발달 저하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저학년 아동의 문해력을 점검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가려내고 중재해야 한다. 제때 국민의 문해력 발달에 투입하는 예산은 향후 수십 배의 경제적 효과로 돌아온다. 거듭 강조하지만 최적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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