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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文, 손학규 피하자 식당까지 급습…'명낙'회동은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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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원팀' '선대위원장'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원팀' '선대위원장'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아직은 때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의 한 측근이 19일 ‘이재명·이낙연 회동’에 대해 한 말이다. 이 인사는 “이재명 후보 측에서 만나자는 요청은 있었지만, 아직 실무진 간의 일정 조율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 전 대표도 좀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18일 CBS라디오에서 “총리님(이 전 대표)을 쉬시게 하는 것도 예의”라며 “예비후보 등록을 한 뒤 이 후보가 정식으로 이 전 대표를 찾아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직을 사퇴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인 10월 말께를 회동 시점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낙연 캠프 출신의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만남을 흔쾌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2위 손학규 찾아간 문재인

‘명·낙 대전’으로 격화했던 민주당 경선의 후유증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자 당내에선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경선 직후 상황을 복기해야 한다”(호남권 초선)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에도 4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경선 후유증이 적지 않았던 탓에 ‘원팀’ 전환이 당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2012년 9월16일 문재인 후보는 최종 득표율 56.5%로 손학규·정세균·김두관 후보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문 후보 지지 선언을 곧장 하지 않았고 만남도 꺼렸다. 그중에서도 친노 진영의 지지를 받은 문 후보와 비노 진영인 손 후보의 갈등이 가장 컸다. 손 후보가 경선 도중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문 후보를 압박하자 두 사람 간 감정의 골도 깊게 패였다.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지지층을 향해 손을 흔드는 문재인 후보(오른쪽)와 손학규 후보. 당시 문 후보가 56.5%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2위는 손 후보(22.2%), 3위는 김두관 후보(14.3%), 4위는 정세균 후보(7.0%)였다. 중앙포토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지지층을 향해 손을 흔드는 문재인 후보(오른쪽)와 손학규 후보. 당시 문 후보가 56.5%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2위는 손 후보(22.2%), 3위는 김두관 후보(14.3%), 4위는 정세균 후보(7.0%)였다. 중앙포토

이런 상황을 타개한 건 문 후보 본인이었다. 그는 경선 승리 이후 손 후보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의했다. 동시에 경선 캠프의 노영민 선대본부장과 윤후덕 비서실장을 손 후보에게 보내 설득전에 나섰다. 문 후보는 손 후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손 후보의 저녁 식사장소를 알아낸 뒤 불시에 찾아가 “함께하자, 도와주시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두 사람은 경선종료 6일 만인 9월 22일 서울 한 식당에서 조찬을 하며 마주했고 이 자리에서 손 후보는 “무엇이든지 돕겠다”고 약속했다. 손 후보는 본선에서 상임고문직으로 전국 유세에 나서며 문 후보를 지원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에 속했던 한 인사는 “손 후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문 후보가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칩거 들어간 이낙연

이낙연 전 대표는 14일 캠프 해단식에서 “마음에 맺힌 것이 있다”며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 이후 알려진 이 전 대표의 행적은 서울과 지방 모처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지지자들의 전화를 받는 정도다. 한 측근은 “이 전 대표가 정치 현안에 관한 뉴스는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39.14%를 득표해 2002년 이후 민주당 대선 경선 2위 후보 중 최다 득표를 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내에선 “무겁게 움직일 것”(수도권 재선)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한 뒤 송영길 대표(왼쪽)와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한 뒤 송영길 대표(왼쪽)와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에 송 대표의 ‘중재 역할론’도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원팀’ 기조를 만드는 것이 최대 숙제인 송 대표가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지난 18일)이라고 한 송 대표 발언이 “원팀에 방해 요소로 작용할 것”(민주당 보좌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 성향의 당원들은 온라인 당원게시판에 “‘정권교체’를 할 거면 굳이 ‘원팀’할 이유가 있느냐” “‘반문(반문재인)’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도울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않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19일 K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안 도우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중립지대에 속한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를 당장 압박할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에 걸쳐 정권재창출이란 명분을 제시하면 역할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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