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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폭로, 혹은 유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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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내부 문서 유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 가장 유명한 사례는 페이스북이다. 이 회사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프랜시스 하우겐이 퇴사 직전에 수집한 내부 자료를 미 의회와 증권감독위원회, 그리고 신문사에 넘겨서 그동안 이 기업이 숨겨왔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문제를 알리는 ‘내부고발자’가 됐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폭로도 이어진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의 코미디로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는 샤펠의 트랜스젠더 혐오를 묵인했다고 항의하는 일부 직원들과 경영진이 대립하는 내홍을 겪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직원이 넷플릭스가 최근 각 콘텐트 제작에 투자한 액수가 담긴 극비자료를 공개했다. 한 시간짜리 샤펠의 코미디에 ‘오징어 게임’ 시즌 제작비보다 더 큰 돈(2860억원)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직원은 곧바로 해고됐다.

애플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직장 내 차별행위를 고발하는 애플투(#AppleToo) 운동을 해온 한 직원이 가상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내부고발자는 충분한 이유가 인정될 경우 법의 보호를 받지만,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단순히 내부 자료를 유출할 경우 계약 위반으로 해고된다.

가상 미팅 등의 업무환경 변화로 유출이 쉬워진 것도 이런 추세를 낳은 이유라고 하지만, 단순히 일부 직원의 문제라고 보기 힘들 만큼 폭로성 유출이 확산하는 것은 직원이 직장을 ‘내(內)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진이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투명성으로 직원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