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악기도 한다’던 클래식 기타, 40년동안 빠져 지냈죠"

중앙일보

입력 2021.10.18 12:22

1981년 데뷔 연주를 했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승호. [사진 장승호]

1981년 데뷔 연주를 했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승호. [사진 장승호]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승호(58)는 작곡을 전공하던 고등학생 시절 기타 대회에서 상을 탔다. 1981년 한국기타협회 콩쿠르의 1등이었다.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서울예고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과정이 없어서 작곡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서울대 음대 기타 전공은 1986년 생겼다. 장승호는 “당시 음악하는 선생님들은 ‘희한한 악기도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기타 연주자들은 서클, 아마추어 동호회가 거의 전부인 시절이었다.

콩쿠르를 통해 데뷔한 지 꼭 40년만인 이달 23일, 장승호가 기념 공연을 연다. 그가 기타를 처음 잡은 나이는 7세. “옆집 친구가 하길래 재미있어 보여 가야금처럼 뉘어놓고 쳤다”고 했다. 혼자 코드를 잡아보다 초등학교 6학년에 처음 학원에 다녔다. “아름다운 소리가 빨리 사라지는 데에서 매력을 느꼈다. 이건 꼭 해야겠다 싶었다.”

배울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외국 연주자들이 아주 가끔 들어올 때마다 공개레슨에 참가해 배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군대부터 다녀온 장승호는 기타 종주국인 스페인에서 유학했다. 왕립음악원을 졸업하고 2004년에는 스페인 국왕의 문화십자대훈장을 받았다. 1998년 한국에 돌아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다수 길러냈다. 기타 연주자로 출발해 뮤지컬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이성준, 여러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진세 등이 그의 제자다.

클래식 기타는 서양 고전음악의 작곡가들이 아꼈던 악기다. 15세기부터 사용됐고, 그 중에서도 19세기의 슈베르트는 기타 독주곡과 성악과의 이중주 등을 다수 썼다. 장승호는 “기타를 ‘작은 오케스트라’라 표현한 이는 베토벤”이라고 했다. 기타의 6줄로 많은 음색, 크고 작은 음량 표현이 가능하며 화음의 결도 다양하게 낼 수 있다. 장승호는 “현대의 개량 악기로는 큰 음량도 표현할 수 있게 돼 더욱 오케스트라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특별한 난곡에 도전한다.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1874년 작품 ‘전람회의 그림’이다. 무소르그스키는 동료 예술가인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의 그림을 소재로 10곡의 모음곡을 피아노용으로 작곡했다. 장승호는 일본의 기교파 기타리스트 가즈히토 야마시타가 편곡한 버전을 한번 더 편곡해 이번 무대에서 연주한다.

장승호는 ‘전람회의 그림’ 기타 버전에 대해 “기타 연주곡에서는 비교할 작품이 없는 가장 어려운 대곡”이라 소개했다. 그는 “쉴 틈도 없이 40여분을 연주하고, 육중한 음량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아노가 건반을 튀기며 표현하는 ‘병아리 춤’은 현을 뜯는 피치카토로, 북적이는 시장의 소음은 현을 긁는 주법으로 바꿨다. 장승호는 “종소리는 기타의 통을 두드린다. 여기에 여러 음을 한번에 하는 하모닉스까지 기타의 거의 모든 주법을 망라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연습이 많이 필요한 곡이라 손가락이 부었다”면서도 이 작품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장승호는 “40주년인만큼 대곡을 올리고 싶었다. 또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한국 클래식 기타가 지금은 풍성해졌다”며 “어려서부터 기타를 잡은 2030 클래식 기타리스트들이 정말 훌륭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장승호의 독주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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