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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트럼프' 탄핵 위기…'판도라 페이퍼스'에 휘청

중앙일보

입력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72)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직권을 이용해 가족 기업을 부정하게 매각한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피녜라 대통령은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의 우파 성향 대통령이란 이유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린다.  2017년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27억 달러(약 3조 2100억원)로 칠레 부자 순위 5위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은 칠레 야권 의원들이 피녜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야권 하원의원 하이메 나란조는 "(피녜라 대통령은) 대놓고 헌법을 위반했다. 국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피녜라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고, 대선은 다음 달 21일 치러진다.     

탄핵 위기에 처한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AFP=연합뉴스]

탄핵 위기에 처한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AFP=연합뉴스]

피녜라 대통령의 탄핵 위기는 지난 3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판도라 페이퍼스'로 촉발됐다. 전 세계 전·현직 정상 35명 등을 포함해 유명인들의 탈세와 부패 실태를 폭로한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피녜라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2010~2014년) 당시 그의 자녀가 소유한 광산기업 '도밍가'가 부정한 방법으로 매각됐다는 의혹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는 2010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도밍가를 1억 5200만 달러(약 1805억원)에 사들였다. 문제는 계약 당시 '(정부가) 도밍가가 광산을 운영하는 지역에 환경보호구역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녜라 당시 정부는 해당 지역을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칠레 매체들은 전했다.  

가족 기업을 자신의 직권을 이용해 부정하게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는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가 지난 8일 열렸다.[AP=연합뉴스]

가족 기업을 자신의 직권을 이용해 부정하게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는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가 지난 8일 열렸다.[AP=연합뉴스]

피녜라 대통령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년간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도밍가 매각 과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또 칠레 사법 당국이 2017년 이미 해당 의혹을 조사했으나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칠레 검찰도 도밍가 매각 과정에서 뇌물 수수나 조세 회피 등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를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논란으로 다음 달 칠레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야권인 진보 진영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에 대한 탄핵안은 하원에서 과반인 78표를 얻고, 상원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피녜라 대통령은 2010∼2014년 집권 후 2017년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해 이번이 두 번째 임기다. 칠레는 대통령 연임이 불가능하지만 중임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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