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살린 '골목상권 마케터'…톡톡 튄 대학생 아이디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대가 2019년부터 운영중인 '골목상권 마케터'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업소 사장과 마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대]

“그림 솜씨가 좋은 대학생이 우리집 대표 메뉴인 계란밥에 계란을 2개 얹어서 그려줬어요. 이후 계란밥에 계란 2개가 나가면서 학생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부산대 북문에 있는 맛집 골목 ‘북맛골’에서 11년째 알밥 덮밥집을 운영하는 이일난 대표(66)는 지난해 대학생 마케터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이 사장은 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계란값이 아무리 올라도 우리집 계란밥에는 무조건 2개가 올라간다”며 “포털사이트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오는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활짝 웃었다.

이 대표는 대학생들 도움을 받아 지저분했던 메뉴판을 음식 사진을 넣어 세련되게 바꿨다. 밝은 색상의 커튼을 달고, 가게 입구에 사진·그림을 내거는 등 인테리어도 바꿨다. 그는 “학생과 같이 시식회를 하면서 메뉴를 개발했다”며 “코로나19 확산에도 포털사이트와 부산대 커뮤니티에 ‘알밥 덮밥집’ 맛집으로 올라 있어 단골이 많이 늘었다, 장사가 제법 되니깐 주위 가게에서도 대학생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대 2019년부터 골목상권 마케터 운영…매출 증가 효과 뚜렷

부산대가 2019년 9월부터 운영하는‘PNU 골목상권 마케터’ 프로그램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 아이디어와 소상공인의 경험, 전문가 조언을 살려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김재헌 부산대 전략사업실 팀장은 “지난 2년간 총 30개 업소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대학생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한 업소의 경우 매출이 대부분 늘었다”며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지원을 신청하는 업소가 넘쳐날 만큼 반응이 좋다”고 평가했다.

부산대 골목상권 마케터 3기 발대식이 지난 8일 부산대 기계기술연구동 203호에서 열렸다. [사진 부산대]

10개 팀 선발 8주간 활동…12월 중순 1등 팀에 상금 100만원

올해 3년째인 이 사업은 지난 8일 3기 발대식을 부산대 기계기술연구동에서 가졌다. 올해에는 대학생 22개 팀이 마케터로 지원했고, 심사를 거쳐 10개 팀(총 31명)이 선정됐다. 2~4명으로 구성된 1개 팀은 6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지원 업소도 부산대 북쪽에 위치한 ‘북맛골’(부산대 북쪽에 위치한 맛집 골목)에서 올해 부산대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카페거리’까지 확장됐다. 또 마케터 팀마다 기업 전문가, 경영학 분야 교수 등 전문가 1명씩을 배치해 대학생 아이디어가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지도하고 있다.

마케터 팀은 오는 12월 3일까지 해당 업소의 스토리텔링과 메뉴 개발, 온·오프라인 홍보, 환경 개선 같은 활동을 벌인다.

올해 마케터로 지원한 이가혜(경영학과 20학번) 학생은 “지난해 부산경제진흥원의 ‘골목상권 소상공인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에서 배운 것과 다른 어려움을 직접 부딪치며 알게 됐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포털사이트에 ‘부산대 카레 집’을 검색하면 해당 가게가 맨 위에 올라오도록 온라인 홍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학내 커뮤니티에 가게 홍보 글을 올리고, 영수증 리뷰 이벤트 등을 진행해 재방문을 유도할 생각이다. 고객층을 부산대 학생에서 부산시민으로 확대하기 위해 업소 대표를 설득해 인스타그램 등에 유료광고하는 방법도 제시할 계획이다.

그는 “마케터 활동 이후 한산했던 가게가 북적이면 좋겠다”며 “저 또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직접 가게를 경영하면 할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마케터 활동이 끝나는 12월 중순 성과 교류회와 평가를 해 우수 활동팀 3개를 선정한다. 1등 팀에게는 100만원의 상금과 부산대 총장상을 준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