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분이 남 일 같지만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 “여론조사 질문이 경선 뇌관”
더불어민주당 경선 막판에 불거진 이재명·이낙연 후보 간 충돌을 두고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가 11일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야당 후보들이 똘똘 뭉치기만 하면 민주당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대선 본선을 치를 수 있다”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힘에서도 후보들간 내분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은 민주당보다 단순하다. 1·2차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 4명(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을 추린 국민의힘은 이제 당원투표 50%에 일반 여론조사 50%를 더해 한 표라도 더 나온 후보를 최종 후보로 선출(11월 5일 발표)한다.
4주간 진행되는 본경선의 최대 변수가 당심(黨心)이라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위장 당원’ 논란과 관련해 최근 캠프 관계자에게 “분석을 똑바로 하라”고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캠프의 보고를 거론하는 식으로 “위장 당원이 엄청 가입했다고 한다”(4일 부산 유세와 6일 TV토론)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컸다고 봤단 것이다. “민주당의 정치공작에 경각심을 갖고 똘똘 뭉쳐야 한다는 말이었다”(4일 페이스북)는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원 모독”이라는 경쟁 주자의 공격이 계속되는 중이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본경선은 50만여명의 당원을 상대로 모바일 투표(11월 1~2일)와 당원 ARS 투표(3~4일)를 실시한다. 여기에 일반 여론조사(3~4일)를 더해 뽑는다. 별도 결선 투표는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6·11 전당대회 이후 3개월여 만에 무려 20만 명 이상이 당원으로 추가됐다”며 “9월 30일까지 당비를 납부한 사람까지만 투표할 수 있다. 10월에 입당한 자는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중 윤 전 총장은 전통 보수 당원의 지지세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홍 의원은 신규 당원 절반가량이 20∼40대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은 개혁적 보수 성향의 당원들이 유승민 전 의원이나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있다.
당원 투표 외에 나머지 50%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여론조사도 불씨가 잠재해 있다. 경선 초반 역선택 방지를 놓고 주자 간 한바탕 홍역을 치른 끝에, 본경선 여론조사는 1·2차 예비경선의 ‘적합도’ 대신 ‘경쟁력’을 묻는 식으로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당시 홍 의원은 당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은 “본선 경쟁력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질문의 미묘한 차이에도 결과가 판이하게 나오는 게 여론조사의 특징”이라며 “세부 질문 내용과 방식을 놓고 후보 간 사생결단식 힘겨루기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 선관위 관계자는 “최대한 공정하게 해 당의 분열을 막는 게 최대 과제다. 만일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일이 생기면 정권교체도 물 건너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자별 합종연횡과 10차례 토론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전화해 “함께 하자”고 요청했고, 최 전 원장은 “정권교체가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다른 주자들도 컷오프된 후보들을 물밑으로 개별 접촉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경선 TV 토론은 오늘(11일)을 시작으로 무려 10차례나 진행된다”며 “최종 후보 선출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사생결단식 난타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