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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명 살육, 형태도 못알아봤다···교도관도 벌벌 떤 '生지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콰도르 경찰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폭동이 일어난 과야킬 교도소를 수습하기 위해 배치됐다. [AFP=연합뉴스]

에콰도르 경찰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폭동이 일어난 과야킬 교도소를 수습하기 위해 배치됐다. [AFP=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감옥.’

남미 에콰도르의 서부 도시 과야킬의 리토랄 교도소는 최근 살아 있는 지옥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교도소에서 갱단 조직원들끼리 충돌이 일어나 지금까지 11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면서다.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넘도록 현지 경찰은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 작업을 하는데 애를 쏟고 있다. 많은 시신들이 참수되거나 불에 타 누군지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미 CNN 방송은 지난 6일 한 국가의 고강도 보안 시설로 꼽히는 교도소가 에콰도르에서 어떻게 갱단들의 살육 전쟁의 장으로 변모했는지를 조명했다.

CNN에 따르면 이번 유혈 사태는 ‘교도소 과밀수용·마약 갱단의 집결지·허술한 무기 반입 통제’라는 삼박자가 갖춰지면서 벌어졌다. 과야킬의 리토랄 교도소 뿐 아니라 에콰도르는 전반적으로 수용 시설이 취약하다고 한다. 이 사건 전까지 에콰도르 전역의 교도소에선 140명의 수감자가 교정 시설에서 살해됐다. 올해 2월 교도소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갱단원들 간 세력 다툼이 벌어져 79명이 사망했고, 7월에도 22명이 숨졌다. 최근 들어선 250명을 초과했다고 한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리토랄 사태에 전국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올해만 교도소 폭동으로 두 차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고 한다. 라소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예산을 추가 투입해 각지의 교도소 보안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지만, 또다른 유혈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①과밀 수용, 복도서 생활하는 수감자들

에콰도르 과야킬의 리토랄 교도소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서 수감자의 가족들이 교도소 밖에 몰려들었다.[로이터=연합뉴스]

에콰도르 과야킬의 리토랄 교도소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서 수감자의 가족들이 교도소 밖에 몰려들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폭동은 예고된 비극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라틴아메리카 범죄예방연구소(ILANUD)에 따르면 2019년 에콰도르 교정 시설의 평균 수용 인원은 140%로 만성적 과밀 수용 문제가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리토랄 교도소는 지난 7월 기준 총 인원 5000명 시설에 9000명 이상이 수감 돼 있었다. 에콰도르의 최대 과밀 감옥 가운데 한 곳으로 지목됐다.

에콰도르 북부의 이바라 교도소는 10명 정원의 감방에 30명 이상의 수감자가 배정됐다고 한다. CNN이 인터뷰한 이곳 수감자 브라이언 산체스는 “일부는 매트리스 없이 복도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용 인원이 초과되다보니 교도관들의 통제도 허술해지고, 무기 반입 등 각종 불법이 방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콰도르 교정당국인 SNAI는 지난 2일 장애인·노약자를 위주로 2000명의 수감자에 대한 석방·사면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②마약 통로가 된 에콰도르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지역 마약조직과 교전이 벌어진 멕시코의 아길리야. [로이터=연합뉴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지역 마약조직과 교전이 벌어진 멕시코의 아길리야. [로이터=연합뉴스]

무엇보다 에콰도르는 남미와 동태평양에서 북미로 이어지는 마약 밀수 통로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마약단속국은 2020년 미국에 유입된 코카인의 74%가 에콰도르를 거쳐 유입됐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군사정보국장 출신의 마리오 파즈미뇨 전 대령은 “최근 10년 간의 분명한 흐름은 멕시코 갱단이 에콰도르 루트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에 침투해 지역 갱단을 고용하고, 세력을 키워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최대 마약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시날로아 카르텔이 에콰도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리토랄 교도소 충돌 사태 역시 할리스코, 시날로아의 세력 다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게 외신들의 주된 분석이다.

③중화기에 교도관들도 벌벌

에콰도르의 국립경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리토랄 교도소에 진입하기 위해 장비를 동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콰도르의 국립경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리토랄 교도소에 진입하기 위해 장비를 동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건이 유독 잔혹하고 대규모 사상자를 냈던 배경에는 자동 화기와 수류탄 등 중화기가 교도소 내로 반입됐던 탓도 있다. 교도소 내에서 갱단이 조직을 키우고, 이들이 무기를 밀반입 할 정도로 재정적인 배경을 갖췄다는 얘기다.

북부 이바라 교도소의 교도관들 역시 CNN에 “수감자들이 마체테(정글에서 쓰는 큰 칼)·폭발물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에게 압도당할까봐 두렵다”고 증언했다

당장 가장 취약한 이들은 교도소에 함께 수감된 다른 수감자들이다. 폭동이 일어날 때 희생양이 될 수 있어서다. 더글러스 듀란 ILANUD 국장은 “갱단 등 조직 범죄자들과 일반 수감자들을 분리 수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는 죄명에 따른 분류 없이 남은 형기별로 묶어 수감하기 때문에 갱단이 뭉쳐 있어도 떼어놓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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