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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고삐 풀린 ‘주식 빚투’, 방관 안 된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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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31면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요즘 곳곳에서 악 소리가 난다. 증권시장이 출렁이면서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한 주간 반대매매 금액은 1416억원에 이른다. 7일에는 증시 개장 전 동시호가 시작과 함께 90개가 넘는 하한가 종목이 쏟아졌는데, 증권가에선 전날 증거금을 채우지 못해 반대매매가 발생한 종목으로 추정한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약정한 날까지 갚지 못할 때나, 대출로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급락해 담보 가치가 하락했을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반대매매를 당하면 투자한 원금(자기자본) 대부분 날리게 된다. 만약 원금까지 신용대출 등으로 마련한 것이라면 사실상 반대매매와 동시에 빚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20대 빚투족 1년6개월 새 세 배로
증시 하락에 최근 반대매매 급증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으려면 증거금을 더 채워 넣거나,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주가가 하락세거나 이미 떨어진 상태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반대매매 위기에 놓인 증권사 대출금은 5일 현재 위탁매매 미수금 3475억원, 신용융자 24조4806억원이다. 특히 신용융자는 올해 초(19조3522억원) 대비 25.6%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6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4배 많은 규모다.

최근엔 반대매매, 불확실성 등으로 신용융자가 줄고 있는 추세지만 그래도 여전히 24조원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 특히 20대 젊은 층의 신용융자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 지난달 말에야 뒤늦게 움직였다. 그마저도 실효성이 없는 소비자경보에 불과하다.

소비자경보는 금융 투자를 하는 데 있어 유념하라는 의미이지, 법적 강제력을 갖지는 않는다. 금감원도 이날 “투자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며 실수요 대출인 전세대출까지 옥죄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의 빚투 역시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증권사 신용융자는 집값과의 직접적 연관이 없어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가 느슨했다.

현재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100%인 신용융자 한도가 다 찰 때까지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를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 관리처럼 자기자본의 80~90% 이내로 묶어두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해줄 때 투자자의 신용점수, 변제계획 등을 따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은 사실상 문턱이 없는데, 이걸 일시적으로라도 올려 신용융자 잔고를 낮춰야 한다. 정치권의 주장처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신용융자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빚투가 아직은 위험 수준이 아니고, 직접적인 규제는 시장을 위축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신용융자가 최근 1년 새 너무 많이 늘었고,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는 20대 젊은층의 신용융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어느 정도 관리는 필요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신용융자 이용자 수는 6월 말 기준 1만3893명으로, 2019년 말 4791명에서 1년 반 만에 세 배로 늘었다.

6월 20대와 30대의 신용융자잔고는 각각 5324억원, 2조8973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각각 4.3배, 2.7배 불어났다. 이들은 특히 신용대출 등으로 자기자본을 마련한 뒤 신용융자를 더해 투자하는 예가 많아 반대매매를 당하면 빚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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