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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與 후보 확정 직전 '프리 선언'…대선에서 역할 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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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오는 14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난다. 유 이사장의 사임을 두고, 정치권에선 "본선행 가능성이 높아진 이재명 경기지사를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오는 14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난다. 유 이사장의 사임을 두고, 정치권에선 "본선행 가능성이 높아진 이재명 경기지사를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친노·친문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사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내년 대선에서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단 이사장직은 관례상 연임이 가능한데도, 유 이사장이 대선을 다섯 달 앞둔 시점에 공개적으로 ‘임기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 4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10·4 남북선언 14주년 특별방송에서 “오늘이 이사장직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공식 행사”라며 “14일까지 재단에 두어번 출근해 (서류를) 결재하면 이사장 임기가 끝난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구독자가 110만명을 넘는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의 알릴레오 방송에 대해선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유 이사장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문(非文) 출신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54.90%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친노·친문 상징성을 지닌 유 이사장이 진영 전체를 ‘원팀’으로 묶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유 이사장을 포함해 지지자들의 신망을 받는 ‘셀럽’들이 나서서 이재명 후보에 반감을 갖는 지지자들에 대한 호소를 적극적으로 해주실 거라 기대하고 있고, 또 그런 것들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유 이사장이 평소 자주 소통해 왔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재명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유 이사장이 당을 하나로 묶고 야권의 공세를 막는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사진전이 열린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부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가 참석해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사진전이 열린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부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가 참석해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유 이사장이 구체적인 역할을 계획하고 이사장 직을 그만두는 게 아닌 만큼, 당분간 캠프에 직접 합류하기보다는 외곽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유 이사장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유 이사장이 따로 캠프에서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직접 대선 캠페인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의 ‘명·낙 대전’으로 당원과 지지층이 사분오열한 상황이 치유되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유 이사장이 소환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5% 내외의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대선 본선에선 진영 결집이 필요한데 이를 모으는 역할은 유 이사장 같은 소수 인사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철’ 이호철도 이재명 돕기로

경선 과정에 쌓인 앙금을 해소하고 ‘원팀’ 구성에 역할을 할 또 다른 인사로는 ‘부산 친노’ 그룹의 좌장 격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이 거론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후보로 선출되면 나름의 역할로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이른바 ‘3철’로 불리는 이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당내에서 비문(非文)으로 분류됐던 이 지사 입장에선 이 전 수석의 가세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전 수석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전 수석은 선대위 공식 직책은 맡지 않겠지만, 물밑에서 분열된 조직들을 수습하고 하나로 묶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10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이호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10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당이 본선 체제로 전환한 이후 중앙선대위 구성도 관심사다. 상임선대위원장을 송영길 대표 ‘원톱’ 체제로 갈지, 상징성이 있는 인사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세울지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해찬 전 대표 등판설도 나오고 있고, 여성 명망가를 영입할 거란 전망도 있다. 지도부에 속한 한 재선 의원은 “원팀 기조를 최우선으로 두고 인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이사장과 이 전 수석 등 ‘친노·친문’의 잇단 합류가 본선에서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걸림돌이 될 거란 관측도 있다. 특히 유 이사장은 2019년 12월 “노무현재단의 주거래 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가, 올해 1월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개 사과했다. 이 사건을 비롯해 유 이사장이 평소 정파성을 강하게 드러낸 탓에, 중도층 가운데엔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정당학회장인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친노·친문 인사들을 규합하는 것은 중도 외연 확장보다 진영 결집 싸움으로 본선을 이끌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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