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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수달도 당했다…로드킬 하루 5건, 최다 지역은

중앙일보

입력

[숫자로 본 고속도로 로드킬]

고속도로에서 멧돼지와 충돌하는 순간. [한문철TV 캡처]

고속도로에서 멧돼지와 충돌하는 순간. [한문철TV 캡처]

 '9373건.'

 최근 5년 반(2016~올해 6월) 동안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roadkill)' 수치입니다. 로드킬은 야생동물이 도로로 나왔다가 안타깝게도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고를 말하는데요. 하루 평균 5건 가까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하는 동물은 고라니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총 8143건으로 전체 사고의 86.9%를 차지했는데요. 로드킬 10건 중 9건은 고라니라는 의미입니다.

 한국도로공사가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고속도로 로드킬 현황'에 따르면 고라니 다음으로는 멧돼지가 56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너구리(365건)와 오소리(125건)도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멧토끼(36건)와 삵(35건), 노루(34건), 족제비(22건)도 명단에 들어있는데요. 로드킬에 희생된 동물 중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도 포함돼 있습니다.

 수달은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볼 수 있었지만, 모피용으로 남획되고 하천이 황폐화하면서 그 수가 줄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됐고, 2012년 7월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수달 로드킬은 모두 28건이 발생했으며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1건, 전북 6건 등 주로 호남지역 고속도로에서 많이 일어났으며 충남 5건, 경남 2건, 충북 1건 등의 순입니다.

천연기념물인 수달. [중앙일보]

천연기념물인 수달. [중앙일보]

 전국적으로 로드킬이 가장 잦은 지역은 충남으로 2034건에 달합니다. 전체의 22%가량을 차지하는 셈입니다. 충북이 1562건으로 뒤를 잇는데요. 충청 지역을 합하면 전체의 38%를 넘습니다. 이어서 경기 1562건, 강원 1346건, 경북 839건, 전북 755건 등의 순입니다.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주요 대책 중 하나가 생태통로 설치인데요.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만든 통로입니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생태통로는 55개입니다.

 강원도 14개, 경북 10개, 전북 8개 등의 순인데요. 정작 로드킬 사고가 가장 많은 충청 지역에 마련된 생태통로는 7개(충남 3개, 충북 4개)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 사이 로드킬이 원인인 교통사고는 2016년 7건에서 지난해에는 14건으로 2배로 증가했습니다.

추풍령에 설치된 야생동물용 생태통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추풍령에 설치된 야생동물용 생태통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조오섭 의원은 "로드킬 다발구간의 현황을 보다 면밀히 살펴 필요한 지역에 생태통로를 추가 설치하는 등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생태통로와 유도울타리 등을 적재적소에 설치하고, 고속도로 운전자들도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안타까운 로드킬을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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