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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식품 먹고 독성간염...이런 부작용에도 "홈피 공개가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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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알약을 먹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미지 사진

여성이 알약을 먹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미지 사진

 #A군은 칼슘과 비타민D 등이 함유된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을 먹은 뒤 두드러기와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 진료를 받은 A군은 다행히 건강을 찾았다. A군의 부모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은 뒤 부작용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는 A군 사례에 대해 “건강기능식품 섭취로 이상사례 발생가능성이 있으나, 어떤 원료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며 첨가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해당 제품에 대해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이상 증상으로 보이나, 제품에 알레르기 주의 문구를 표시하고 있고, 개인 건강 특성으로 발생한 이상사례로 판단됨에 따라 지속 모니터링 실시토록 레벨 2로 분류한다”고 의결했다.

#B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 등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했다. 이후 메스꺼움, 구토, 소화불량,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에선 독성간염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B씨는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식약차 심의위에서 “독성간염 발생은 건강기능식품 섭취로 인한 인과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의위는 “기능성 원료에 대한 이상사례 정보를 공개하고, 영업자에게는 소비자 판매 시 간 질환 여부 확인 등 주의하도록 권고문 발송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 실시토록 레벨 4로 분류한다”고 결정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따른 이상반응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당국의 사후 조처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독성간염 등 중대 이상반응이 발생하더라도 식약처가 식품 섭취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은 7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보고 자료를 공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고된 건강기능식품 관련 이상사례 신고 건수는 3628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중대 이상사례로 분류된 사례는 32건이었으나 식약처는 이들 제품 생산 업체에 지속적 모니터링과 홈페이지에 정보 공개 조처만 취했다.

현재 국내 건강기능식품으로 신고된 제품은 3만2370개에 달한다. 식약처 추산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생산 실적은 2019년 1조 9464억원에서 2020년 2조 2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가 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종류ㆍ형태의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졌고, 수요도 꾸준히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늘어난 양에 비해 규제 당국의 품질 관리나 이상반응 감시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총 212개 제조업체 3628건의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상사례가 100건 이상 신고된 회사만 8곳에 달한다. 김 의원은 “아무리 건기식의 섭취로 발생한 이상사례가 개인별 특성이나 체질에 기인한다 하더라도, 반복적인 부작용 발생에 대한 사각지대가 있다”라며 “이미 지난 5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이상사례로 신고된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 속의 기능성 원료에 대해서도 정보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이상사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임현동 기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임현동 기자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한 뒤 이상사례를 겪은 소비자는 식약처에 신고를 하면된다. 하지만 이후 처리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사례 신고 이후의 처리 절차를 보면, 식약처는 ‘일반 이상사례’와 ‘중대 이상사례’로 구분한 뒤 전문가로 구성된 건강기능식품 심의위원회에서 건강기능식품 간의 인과성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중대 이상사례에 대한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는 총 5단계로 구분한다. 인과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없는 것으로 판단돼 지속적인 모니터링 실시(레벨1)부터 인과관계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준(레벨5)까지 인과성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식약처는 지난 2년 반 동안 중대 이상사례는 총 32건 심의했는데 레벨4 1건, 레벨3 18건, 레벨2 6건, 레벨1 7건 등이다. 레벨 5는 한 건도 없었다. 심의에 올라간 사례는 건강기능 식품 섭취 뒤 ▲구토, 메스꺼움 등으로 입원치료 ▲유방통증, 부정자궁출혈 등으로 자궁경수술 치료 ▲가슴통증, 호흡곤란 등으로 응급실 치료 등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인과관계가 높은 수준인 레벨4와 레벨3 업체들에게 단순히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섭취 주의를 알리는 홈페이지 공개가 조치사항의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처럼 아무런 구속력도 갖지 못하고, 중대 이상사례의 과학적ㆍ의학적 인과관계도 명확하게 확인 못하며 책임회피를 하는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는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국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수많은 건강기능식품은 일반 식품에 버금갈 만큼의 원료 분석과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은 이상사례와 건강기능식품 간의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된 정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능력을 제고시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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