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 거리에서 마스크 쓴 사람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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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0월 1일 오후 한 단체 여행객이 스위스 루체른 상징 카펠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6월 26일 야외 마스크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카펠교는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줄지어 방문했던 명소다.

10월 1일 오후 한 단체 여행객이 스위스 루체른 상징 카펠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6월 26일 야외 마스크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카펠교는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줄지어 방문했던 명소다.

10월 1일 중앙일보가 스위스에 들어갔다. 위드 코로나 시대, 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외여행법을 현장에서 전하기 위해서다. 몇몇 한국 여행사가 9월부터 스위스에 들어가긴 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 언론이 스위스 상황을 직접 전하는 건 처음이다. 스위스에 입국할 때부터 당황스러웠다. 2년 만에 입국심사대에 섰는데 출입국 도장을 받는 건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여권과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보여주자 곧장 게이트가 열렸다.

맨얼굴로 레스토랑·미술관 투어

리기 산 정상은 가족 여행객이 유독 많았다.

리기 산 정상은 가족 여행객이 유독 많았다.

루체른은 스위스 패키지여행 상품의 오랜 단골 코스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한국인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루체른 거리 풍경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맨얼굴을 드러낸 수많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스크 차림의 행인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어느 가게든 실내는 한적하고 노천 좌석은 만원이었다. 스위스는 6월 26일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야외에 앉으면 마스크도 백신 접종 인증도 필요 없었다.

실내 시설에서도 백신 접종 확인 절차가 끝나면 마스크를 벗어도 무방했다. 한 호텔 뷔페 레스토랑과 미술관에서는 되레 “마스크를 벗어 달라”는 직원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입장 후에도 계속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케이블카·기차·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마스크가 필수다.

케이블카·기차·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마스크가 필수다.

스위스가 마스크에 관대할 수 있는 건 백신을 맞아서다. 10월 현재 스위스 인구의 58.7%가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다. 스위스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강구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0일부터 적용하는 PCR 테스트 유료화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그때그때 180스위스프랑(약 23만원)을 내고 테스트를 받아야 식당이든, 호텔이든 들어갈 수 있다.

루체른에서 16년째 거주 중인 가이드 변미경씨는 “2년째 손님을 받지 못했는데, 요즘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루체른의 랜드마크 카펠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유럽인 단체여행객을 몇 차례 목격했다. 하나같이 마스크가 없었고, 웃는 얼굴이었다.

알프스 관광객도 북적

리기 산 중턱 칼더바트 호텔 야외 스파에서 알프스를 내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리기 산 중턱 칼더바트 호텔 야외 스파에서 알프스를 내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스위스는 지난겨울 고난의 시절을 보냈다.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1~2월 스위스 전역이 락다운에 들어갔다. 식당·카페 등을 정상화한 것은 6월에 들어서다. 지난해 한때 9000명에 이르던 신규 확진자 수가 이제는 세 자릿수 아래를 넘보고 있다.

루체른과 비츠나우를 오가는 여객선. 오전 9시부터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루체른과 비츠나우를 오가는 여객선. 오전 9시부터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1871년 유럽 최초로 산악철도가 깔린 리기 산(1798m). 그곳으로 가는 여객선과 산악열차는 오전 9시부터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리기 산악열차의 마케팅 담당 셀리나 버멧은 “90만 명에 이르던 한 해 방문객이 작년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꾸준히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 인근 무료 바비큐장에서 소시지를 구워 먹은 뒤, 알프스가 내다보이는 산중 호텔 노천 스파에 몸을 뉘었다.

스위스의 인원 제한은 꽤 느슨한 편이었다. 실내에서는 30명, 실외에서는 50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하기에 단체 여행도 무리가 없었다. 행사도 1000명 이하가 모이는 규모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몽트뢰 프레디 머큐리 동상 앞의 관광객들.

몽트뢰 프레디 머큐리 동상 앞의 관광객들.

53년 만에 처음 문을 닫았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도 7월 재개했다. 군델리나 퀘네 몽트뢰 현지 가이드는 “12월 내내 성대하게 열리던 크리스마스 마켓도 작년엔 열리지 못했지만, 올 크리스마스는 분위기가 다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는 몽트뢰의 상징 프레디 머큐리 동상에 마스크를 씌운 사진이 한동안 떠돌아다녔다. 마스크는 이제 사라졌다. 머큐리의 포즈를 따라 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행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여행정보
코로나 시대의 스위스 여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 시대의 스위스 여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백신 미접종자도 스위스 입국은 가능하다. 다만, 식당·박물관 등 실내 시설에 출입하려면 영문 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25일부터는 스위스 정부가 발행하는 코로나 인증서가 필수다. 귀국 전후 PCR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백신 접종자는 자가 격리가 필요 없다.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자유롭지만, 실내 시설을 입장할 땐 마스크가 있어야 한다. 실내에 들어가면 벗어도 된다. 스위스는 저녁이 길다. 식당이고 카페고 영업시간 제한이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가 있으면 철도·버스·유람선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4일권(이등석) 어른 기준 281스위스프랑(약 35만원). 자세한 내용은 스위스정부관광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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