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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전 하사 전역취소 판결, 법원 “성전환 후 성별 인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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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 책위원회 구성원들이 7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 책위원회 구성원들이 7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성전환 수술 한 고 변희수 전 하사를 신체장애 등 이유로 전역 처분한 군의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군대 안에서의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 증진과 제도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7일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 후 원고의 성별은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수술 직후 법원에서 성별 정정 신청을 하고 군에 보고한 만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 판단 당시에는 당연히 여성을 기준으로 해야 했다”고 밝혔다.

성전환 수술을 고의 심신장애 초래 사유로 본 육군의 전역심사가 부적절했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이 군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먼저 성적 다양성에 완고한 입장을 보여온 군 내부에서의 제도적 변화가 예상된다. 재판부도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된 경우 국가적 차원의 입법적·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미국과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한다”며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도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에게 수술비용과 호르몬치료 비용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성전환자에 대한 차별은 보편적 인권의식에도 위배된다. 지난해 7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에 대해 “성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심신장애 판단은) 성적 다양성을 병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국제질병분류에 위배된다”며 한국 정부에 의견서를 보냈다.

관련 입법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차별뿐만 아니라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또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 금지에 해당한다”며 “이런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군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회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에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하지만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전역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3월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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