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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스타리아 8000대 전주 넘긴다…현대차 '노-노싸움' 일단락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2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현대차 노사의 2021년 임단협 조인식이 열리고 있다. 김호규 금속노조위원장(왼쪽부터),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가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한 후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2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현대차 노사의 2021년 임단협 조인식이 열리고 있다. 김호규 금속노조위원장(왼쪽부터),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가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한 후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고용안정위 "스타리아 전주 생산 합의" 

공장 간 생산물량 배분 문제를 놓고 물리적 충돌까지 벌인 현대자동차 '노노 갈등'이 일단락됐다.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타리아 물량 일부를 일감이 부족한 전주공장으로 넘기기로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해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전주위원회는 7일 "오늘 울산공장에서 열린 4차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현대차 노사가 전주공장에서 스타리아 8000대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며 "10개월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7월에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측은 전주공장에서 스타렉스 후속 모델인 스타리아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데 100억원가량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7일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전북 상용차 위기 대응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7일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전북 상용차 위기 대응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주공장 노조 "울산4공장 노조가 양보"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등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 4차 고용안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낮 12시 울산공장에서 열렸다. 노조 측은 이상수 지부장과 남양·아산·전주·정비·판매·모비스 등 6개 위원회 의장, 9개 사업부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고, 사측은 하언태 울산공장장(대표이사) 등 30여 명이 나왔다.

이날 회의장 안에는 전주공장 노조 측에서는 주인구 의장 혼자 들어갔지만, 노조 집행부 대부분이 울산공장에 동행했다고 한다. 스타리아 물량 이관 결정에 대해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측은 "울산4공장 노조에서 양보하지 않았다면 물량이 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전주공장 측은 "생산 물량이 늘어나 매출액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전주공장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스타리아 물량 이관이 결정된 7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가 배포한 노조공지. 사진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스타리아 물량 이관이 결정된 7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가 배포한 노조공지. 사진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물량 배분 두고 전주-울산 노조 충돌 

이로써 버스와 트럭, 대형 밴 등 주로 대형 상용차를 생산해 온 전주공장은 1995년 완주군 봉동읍에서 문을 연 지 26년 만에 처음으로 소형 상용차인 스타리아를 생산하게 됐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10만5000대 수준이지만, 상용차 판매 부진과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겹쳐 최근 3만5000~4만 대 규모로 줄었다. 이 때문에 전주공장 직원들은 고용 불안과 임금 하락 등을 호소해 왔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측은 "지난해 1월 출범한 전주공장 노조 8대 집행부는 물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 지부와 사측 최고 경영진 등에게 전략 차종과 대체 차종 투입을 줄기차게 요청했다"고 했다. 현재 전주공장 생산량이 2014년 6만9000대에서 반 토막으로 줄다 보니 지난해부터 직원 500명 정도가 아산·울산·광주 등 다른 지역 공장으로 전환 배치됐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올해 여름부터는 기본급의 70%만 받고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고 한다.

반면 울산4공장은 공장 가동률이 안정적이다. 당초 지난달 30일 울산공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4차 고용안정위원회는 전주공장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협상 자리였으나 노조 간 충돌로 무산돼 일주일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 7월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새로운 차종 생산…노조 역할 다할 것"

당시 울산4공장 노조원 200여 명이 4차 고용안정위원회가 열리는 울산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전주공장 노조원 50여 명을 가로막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주공장 노조 대표인 주 의장이 허리 등을 다쳐 119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사측은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타리아 3만6000대 중 8000대가량을 전주공장으로 옮기고 팰리세이드 2만 대를 증산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울산4공장 노조는 "팰리세이드 물량의 전주공장 이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스타리아는 절대 줄 수 없다"며 반발했다.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 주문이 몰려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차종이지만, 스타리아는 전주공장에 물량을 빼앗기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측은 이날 '노조공지'를 통해 "스타리아 물량 이관을 결단한 이상수 지부장과 고용안정위원, 전주공장 운영위원 동지, 대의원 동지 및 활동가에게 깊은 감사 인사드린다"며 "기존에 생산하던 차종의 파생 차가 아닌 새로운 차종을 생산하는 만큼 현장 조합원과 버스부 노·사 모두 책임감을 갖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며 노동조합도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전북도의회 송지용 의장과 최영일 부의장(오른쪽) 등이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노조 임원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의회 송지용 의장과 최영일 부의장(오른쪽) 등이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노조 임원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의장 "상생 길 도출…울산시민 감사"

현대차 전주공장의 '일감 부족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온 전북도민과 지역 정치권도 반기는 분위기다. 전북은 앞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전북도의회 송지용 의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물량 이전을 두고 노노 간 갈등의 골이 깊었는데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과 화합·상생의 길로 결과를 도출해 준 울산시민과 현대차 울산4공장 직원들에게 전북도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송 의장은 최영일 부의장과 함께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이상수 지부장 등 노조 임원진과 최준형 부사장을 만나 "전주공장 물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직원들의 고용 불안과 부품·협력업체의 경영난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으로 이어지는 만큼 노사 간 통 큰 협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준형 부사장은 "전주와 울산공장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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