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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사 하늘에서 운다···무더기 불기소로 끝낸 '공군 성추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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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영정사진.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연합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모 중사의 영정사진.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연합

국방부 검찰단이 7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의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단은 관련자 15명을 기소하고, 국방부는 38명에 대한 문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부실 수사 혐의를 받은 이들 가운데 기소자는 0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진상규명을 약속하며 군 최초로 특임검사까지 임명됐지만, 사실상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면죄부’만 준 부실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단에 따르면 이번 수사에서 입건된 군 관계자 25명 가운데 15명이 기소됐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나머지 10명엔 부실한 초동수사로 물의를 빚은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공군 법무실 관계자가 포함됐다.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공군 이모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군사경찰은 블랙박스 등 자료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군 검사는 이번 사건을 송치받고도 55일간 가해자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수사했지만 증거가 부족했다는 게 검찰단의 설명이었다. 검찰단 관계자는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군본부 법무실장인 전익수 준장은 이 중사에 대한 보고를 두 차례 받았지만 적절한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수사 과정에서 전 준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있었다. 전 준장은 피내사자 신분으로 세 차례나 소환조사에 불응했다.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도 뒤늦게 이뤄졌다.

검찰단은 기소자 15명 중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을 부실수사 혐의가 아닌 허위보고 관련한 혐의를 적용했다.

유족들이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제15 전투비행단 대대장, 중대장 등 2명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됐다. 영장실질심사 내용을 전 준장에게 전달한 고등군사법원 군무원, 차 안에서 이 중사에 대한 강체추행을 보고도 내버려 뒀다는 이 중사의 부대 동료도 기소를 면했다.

이 중사는 제20 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3월 2일 같은 부대의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장 중사와 부대 상관으로부터의 회유ㆍ협박, 면담강요, 피해사실 유포 등에 시달리다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이 중사의 시신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안치한 채 계속 장례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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