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서 천3백여명 사찰”/김추기경ㆍ김영삼대표ㆍ김대중총재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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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4등급 분류 매달 주요활동 파악/탈영사병 폭로
군복무중 보안사에 연행돼 정보수집에 협조해오다 탈영한 윤석양이병(24ㆍ외대노어과 4년제적)은 보안사가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ㆍ김대중 평민당총재 등 정치인과 종교ㆍ언론ㆍ노동ㆍ예술 등 각계인사 1천3백여명을 대상으로 정치사찰 및 동향파악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윤이병은 4일 오후6시30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에대한 증거물로 탈영당시 보안사에서 가지고 나온 개인별 동향파악 대상자 색인표 1천3백여장,개인신상서류철 4권,개인별 동향파악내용이 입력된 컴퓨터 디스킷 30여장 등을 공개했다.
윤이병은 기자회견에서 『보안사는 각계인사를 AㆍBㆍCㆍD 4등급으로 분류,월별로 주요활동을 사찰해왔다』며 『김민자당대표최고위윈은 221번,김평민당총재는 283번 등 개인별 고유번호를 붙여 신상 서류철과 컴퓨터 디스킷을 만들어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윤이병은 각 사찰대상자에게는 담당수사관이 배정돼 있고 개인서류철에는 인적사항ㆍ가족사항ㆍ전과관계ㆍ교우관계 등 8개항목으로 나누어 기록돼 있으며 담장높이ㆍ은신처ㆍ예상비상탈출경로 등도 쓰여 있다고 밝혔다.
윤이병이 밝힌 동향파악 대상자에는 이밖에 이기택민주당총재ㆍ김동영민자당총무ㆍ노무현민주당의원 등 정치인과 김수환추기경ㆍ박형규목사 등 종교계인사도 들어있다.
노의원의 서류철에는 신체ㆍ주거사항 외에 동향분석란에 「노동문제와 관련,과격한 언동으로 노동자를 선동하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동향관찰이 요망됨」이라고 적혀있었다.
윤이병은 『지난 5월1일 입대해 육군○사단○연대 8중대에서 복무중 7월3일 「혁명적 노동자계급투쟁동맹(혁노맹)」사건과 관련,보안사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뒤 보안사에서 혁노맹조직원 검거에 협조해왔다』며 『보안사 분석반 등에서 수사업무를 하던중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지난달 23일새벽 사무실안에 있던 민간인 사찰자료 일부를 갖고 탈영했다』고 말했다.
윤이병은 85년2월 서울 K고교를 졸업하고 그해 외대 노어과에 입학했으며 1학년때엔 학보사기자를 했다.
윤이병은 2학년때인 86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에 투신했으나 성격이 쾌활하고 사교적이어서 비운동권학생들과도 친하게 지냈다는 것이다.
87년에는 서양어대 학생회장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학내시위관계로 수배당하자 잠적,88년 2학기 미등록으로 제적당했다.
윤이병이 수배당하던 89년에는 아버지가 사망하는 등 집안문제가 복잡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윤이병의 입대후 혁노맹과 관련된 외대생들이 무더기로 구속될 당시 윤이병이 보안사에 잡혀가 프락치가 됐다는 소문이 친구들 사이에 나돌기도 했었다.
이에대해 국방부는 『사실여부를 확인중이며 자세한 내용은 조사가 끝나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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