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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살인의추억 '조디악킬러'…"53년만에 진범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케이스브레이커는 조디악킬러의 몽타주(왼쪽)와 게리 프란시스 포스트의 이마 상처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스브레이커 홈페이지 캡처]

케이스브레이커는 조디악킬러의 몽타주(왼쪽)와 게리 프란시스 포스트의 이마 상처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스브레이커 홈페이지 캡처]

적어도 5건의 연쇄 살인. 언론과 수사당국을 조롱하는 암호 편지.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은 암호문. 1960년대 후반 미국 서부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통칭 '조디악킬러'의 진짜 정체를 50여년 만에 밝혀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미국의 한 민간 조사팀이 2018년 사망한 한 남성을 조디악킬러로 지목하면서다.

폭스뉴스는 6일(현지시간) 미해결 사건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민간 단체가 조디악킬러의 신원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의 이름은 '케이스브레이커'. 언론인을 비롯해 전직 사법당국 및 군 조사관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조디악킬러 사건뿐만 아니라 DB쿠퍼 여객기 납치사건(1971년), 지미호파 실종사건(1975년) 등 장기 미제사건을 조사해온 이들이다.

케이스브레이커가 '조디악킬러'로 지목한 게리 프란시스 포스트. 2018년 사망한 남성이다. [케이스브레이커 홈페이지 캡처]

케이스브레이커가 '조디악킬러'로 지목한 게리 프란시스 포스트. 2018년 사망한 남성이다. [케이스브레이커 홈페이지 캡처]

"진범은 2018년 사망한 남성"

케이스브레이커가 밝힌 조디악킬러의 본명은 게리 프란시스 포스트다.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케이스브레이커는 ▶포스트의 암실에서 찾아낸 법의학 증거와 사진 ▶조디악킬러의 몽타주와 일치하는 포스트의 흉터 ▶포스트의 이름을 알아야 해독 가능한 조디악킬러의 암호문을 근거로 들었다.

전직 군 방첩 요원이었던 케이스브레이커의 젠 부콜츠는 폭스뉴스에 "한 쪽지에서 다른 메시지를 표기하기 위해 포스트의 전체 이름이 삭제됐다"라며 "따라서 조디악킬러의 암호문을 해독하려면 포스트의 전체 이름을 알아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스트의 전체 이름을 이용해 조디악킬러가 과거 언론사에 보낸 암호문을 해독했더니 지난 50년 동안 해독하지 못한 암호문의 퍼즐이 맞춰지더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포스트의 생전 사진도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디악킬러의 몽타주는 그의 마지막 희생자로 기록된 택시기사 폴 리 스타인 살인사건(1969년)의 목격자가 남긴 것인데, 몽타주에 있는 이마의 흉터와 포스트의 이마에 있는 상처가 일치한다는 게 이들의 주요 논거다.

케이스브레이커는 1966년 셰리 조 베이츠 살해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손목시계가 게리 프란시스 포스트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트가 퇴역 공군이라는 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타이맥스 시계가 미군PX에서 구입한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케이스브레이커 홈페이지 캡처]

케이스브레이커는 1966년 셰리 조 베이츠 살해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손목시계가 게리 프란시스 포스트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트가 퇴역 공군이라는 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타이맥스 시계가 미군PX에서 구입한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케이스브레이커 홈페이지 캡처]

"18세 여성 피해자 한명 더 있다"

이번 케이스브레이커의 주장은 다른 관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포스트가 사건 당시 18세였던 셰리 조 베이츠 살인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하면서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베이츠의 사망은 조디악킬러와는 관련이 없다고 여겨졌다.

베이츠는 1966년 10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시티 칼리지 인근에서 가족의 실종신고 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페인트가 묻은 손목시계를 발견했다. 그런데 케이스브레이커는 포스트가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집을 페인트로 칠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과거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부츠 형태의 발뒤꿈치 발자국을 발견했는데, 케이스브레이커스는 이 역시 포스트가 남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퇴역 공군인 포스트의 집에서 같은 스타일, 같은 사이즈의 부츠를 발견했다는 게 이유다.

케이스브레이커의 주장대로 베이츠의 죽음이 조디악킬러 짓이라면, 또 포스트가 과거 악명을 떨친 조디악킬러가 맞는다면, 조디악킬러의 희생자는 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조디악킬러의 첫 번째 살인 행각(공식 기록은 1968년)도 2년 앞당겨진다.

'조디악킬러'가 1969년에 보낸 암호문으로 쓰인 편지. [조디악킬러 닷컴 캡처]

'조디악킬러'가 1969년에 보낸 암호문으로 쓰인 편지. [조디악킬러 닷컴 캡처]

공식적으로 진범 인정되긴 어려워

민간 조사팀의 이번 발표에도 반응은 미지근하다. 포스트가 진범이라는 이들의 조사 결과가 공식적인 기록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수사당국은 조디악킬러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리버사이드 경찰의 살인 미제사건 담당부서는 폭스뉴스에 "우리 부서의 입장은 1966년 발생한 셰리 조 베이츠 사건은 조디악킬러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며 "조디악킬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이해하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연방수사국(FBI)을 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셰리 조 베이츠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경찰이 추가로 밝힐 것은 없다"고 했다.

2007년 영화 '조디악' 포스터.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배달된 조디악킬러의 편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려낸 작품. [중앙포토]

2007년 영화 '조디악' 포스터.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배달된 조디악킬러의 편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려낸 작품. [중앙포토]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역시 케이스브레이커의 주장에 회의적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한창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던 때 실제로 조디악킬러로부터 암호로 쓰인 편지를 받은 곳이다.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2007년 제이크 질렌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주연의 영화 『조디악』으로도 만들어졌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해 12월 FBI에서 조디악킬러 암호문 해독 성과를 거둔 데이비드 오란차크의 말을 인용해 "케이스브레이커 팀이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이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오란차크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조디악킬러가 실제 이름을 암호문에 남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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