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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 상황 가상할수도" 이낙연 캠프 설훈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지사의 배임 가능성을 언급하며 “후보(이 지사)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상식적으로 볼 때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가 지금 배임 이유로 구속돼 있는데 그 위에 있는 시장(이 지사)이 (대장동 개발을) 설계했다고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했다”며 “시장이 배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사안이어서 (당의) 위기, 이를테면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에 왔다고 가상할 수 있단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 의원은 “(구속을) 가상할 수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끔 (지도부가) 장을 만들어줘야 할 것 아니냐”며 “만일 사안이 그렇게까지 된다면 복잡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되고 민주당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되는 것이고, 재집권하는데 결정적으로 이게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잘못되면 (지도부는) 어떻게 할 거냐, (이 지사가) 잘못될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후보(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의혹으로)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후보(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의혹으로)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현동 기자

경선 종료(10일)를 앞두고 오는 8일 잠정 예정됐던 민주당 대선주자 TV토론회가 최종 무산된 것을 두고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설 의원은 전날 캠프 차원의 논평에서도 “유동규가 이재명 후보의 측근 중의 측근, 심복이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안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대장동 사태를 ‘이재명 게이트’로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언급을 연 이틀 이어간 것이다.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과 이낙연 전 대표가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과 이낙연 전 대표가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설 의원의 주장에 당내에선 “이 지사의 본선 직행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설 의원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서울권 초선 의원)는 비판도 나왔다. 누적 득표율 54.90%로 1위를 달리는 이 지사가 이번 주말 서울·경기 경선과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결선행을 확정지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소위 '원팀 기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낙연 캠프에서도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30%대 중반대 득표를 한 뒤 차기 정치행보를 노리거나 본선 과정에서 만약 대장동 수사가 이 지사에 불똥이 튈 경우 대체자 자리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 측이 '노골적인 경선 불복’ 으로 비쳐질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는 비판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설훈은 선을 넘었다” “이낙연과 손잡고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비난글을 여럿 올렸다.

이 전 대표를 돕는 한 의원은 “캠프의 공식 기조는 이 지사의 최측근 구속으로 당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수사를 지켜보자는 정도이고 설 의원 발언은 개인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 일각에선 설 의원의 발언이 "이 전 대표 측 속내를 너무 솔직하게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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