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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몇개, 우유 사면 5만원 훌쩍…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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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맞벌이 직장인 김유경(37) 씨는 요즘 장보는 게 무섭다. 퇴근길에 마트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곤 하는데 최근엔 과일 몇 개와 우유 등을 사면 5만원이 훌쩍 넘는다. 김 씨는 “저녁에 먹을 돼지고기와 과일, 그리고 아이에게 먹일 우유 등을 사면 5만원 가지고도 장보기가 힘들다”며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고 하더니, 요즘 물가 오르는 게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생필품 50개 가격, 1년 전과 비교하니 27개 올라

대형마트 주류코너를 한 여성이 살펴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6개월 째 2% 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뉴스1]

대형마트 주류코너를 한 여성이 살펴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6개월 째 2% 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뉴스1]

최근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이미 정부 통계에서도 6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6일 대형마트에 의뢰해 계란과 삼겹살, 라면 같은 주요 생필품 50개의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올랐는지를 분석했다. 채소와 과일, 축산,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5가지 분야 50개 상품의 가격을 지난해 10월 5일과 비교했다.

고기·과일 등 '먹거리' 가격 크게 올라

그 결과 50개 상품 중 27개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공식품에서 12개, 과일 중 4개, 축산은 조사 대상 3개의 가격이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용품 중에선 11개 중 4개가 오른 반면, 7개의 가격은 지난해와 같거나 내렸다. 반면 채소류는 조사 대상 11개 품목 중 4가지의 가격만 올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큰 건 결국 소비자들의 많이 찾는 축산과 과일,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예로 통계청이 소비자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반영하는 돼지고기의 물가지수 가중치는 9.2인 반면, 당근의 가중치는 0.3에 그친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중치가 큰 생필품 가격이 상승할수록 물가 인상에 대한 체감도도 오를 수밖에 없다.

생필품 가격 지난해보다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생필품 가격 지난해보다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사 대상 품목 중에는 ‘삼립정통크림빵3입(판매가 3280원)’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22.4%나 올라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어 삼겹살(100g당 2780원ㆍ16.8%), 계란(30구 6280원ㆍ14.6%) 등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라면류도 품목에 따라 11.2~12.7%씩 가격이 인상됐다. 야채류 중에선 청양고추(-57%), 무(-56.6%), 양배추(-32.4%) 등의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작황이 좋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배추나 풋고추, 무는 물가지수 가중치가 0.2~0.8 선으로 낮은 편이라 값이 내려도 소비자의 체감도는 크지 않다.

비누·치약 생활용품 가격은 안정

비누와 치약, 제지류 같은 생활용품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조사한 11개 생활용품 중 유한락스(3.5Lㆍ5930원)를 비롯한 6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와 같았다. 또 '2080 블루 치약(140g*3입)'의 판매가격은 7900원으로 지난해보다 1% 내렸다. 이와 관련 김진 이마트 일상용품 바이어는 “생활용품은 다른 상품처럼 원자재 부족 이슈도 없었고, 유통기한도 길어서 가격이 안정돼 있다”며 “매년 아주 소폭 가격이 올라가거나 보합세인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말·연시를 전후로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단 우려다. 최근 우유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린 것도 생산 단가 자체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에 가격 조정을 하긴 했지만, 원ㆍ부자재를 비롯한 생산단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 현재 가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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