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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또다른 전쟁, 광물을 확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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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은 전년 대비 29~193% 폭등했다. 코발트·구리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콩고의 텡케 펑구루메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은 전년 대비 29~193% 폭등했다. 코발트·구리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콩고의 텡케 펑구루메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배터리 업체 간 원자재 확보 경쟁이 불붙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며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지만,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채굴량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6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은 전년 대비 29~193% 폭등했다. 리튬·니켈·코발트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양극재를 구성하는 원자재로, 배터리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수산화 리튬은 현재 t당 16만1500위안(약 2만4970달러·2990만원)으로 지난해 평균값에 비해 193%가 올랐다. 니켈은 t당 1만7800달러(약 2100만원)로 지난해 대비 29% 상승했고, 지난달에는 t당 2만240달러까지 치솟아 언제 다시 가격이 뛸지 모른다.

가격 오른 배터리 주요 원자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가격 오른 배터리 주요 원자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발트는 t당 5만2960달러로 지난해보다 69% 올랐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수급 부족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배터리 소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 원료가 되는 광물도 전량 수입하고 있다”며 “원료 광물을 주도적으로 자원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리튬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CATL은 최근 캐나다 리튬 광산업체 ‘밀레니얼리튬’을 약 355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사모펀드와 호주 AVZ미네랄스의 콩고 리튬·주석 개발 프로젝트에 약 2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4%를 확보했다.

테슬라 역시 미국 네바다 리튬 매장지 약 41㎢를 개발할 권리를 확보했다. 호주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과도 미국 내 채굴 리튬에 대한 5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에너지 컨설팅 회사 아비센은 오는 2030년에는 추출되는 리튬의 80%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시장 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올해 약 1만t인 리튬 부족량이 2025년에는 18만9000t까지 급증할 것으로 본다.

세계 니켈 매장량 분포 (전체 매장량은 9400만t 추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계 니켈 매장량 분포 (전체 매장량은 9400만t 추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과 코발트의 안정적 수급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CRU는 전 세계 니켈 수요는 지난해 239만t에서 2024년 332만t으로 늘 것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중국 그레이트 파워사에 약 350억원을 투자해 지분 4.8%를 인수했다. 2023년부터 6년간 니켈 총 2만t을 공급받게 됐다. LG 관계자는 “전기차 30만대 이상 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에는 호주 마인사와 니켈·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코발트 생산 세계 1위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t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SK이노 관계자는 “전기차 300만대분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 회사 김윤태 경영지원실 상무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광물과 관련해 지분 투자와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수급 안정화를 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서 1조30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개시한 것도 주목된다. 이 공장은 완전가동 시 연간 10GWh의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2%(약 2100만t)를 보유한 세계 니켈 1위 매장국이다.

전창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니켈 함량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니켈 가격 동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업체들은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다시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도 매달리고 있다. 조철 박사는 “원자재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를 배터리에 활용할 수 있는 가공 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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