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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절벽 끝 면세업계 ‘특약 처방’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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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재호 인하공전 관광경영학과 교수

김재호 인하공전 관광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사스나 메르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비교조차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 특히 접촉과 이동 제약으로 관광, 항공업은 어두운 터널에 놓여있다. 지난해 세계 관광 시장은 1990년대 수준으로 퇴보했다. 한국 관광 시장의 피해 규모는 약 16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여행·항공·관광숙박·면세업은 업종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세계관광경쟁력 16위 국가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일부에선 코로나가 종식되면 관광산업이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나, 회복 시기를 2024년 이후로 보는 견해가 많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관광산업이더라도 코로나 이후 도약할 산업적 기반이 무너진다면 매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관광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과감한 지원과 규제 개혁, 혁신적인 미래 관광산업 육성,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관광산업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산업이 ‘면세 산업’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 요인 1위는 단연 ‘쇼핑’이다. 그 중심에는 시내 면세점의 편리성, 명품 브랜드, 한류 마케팅 등에 경쟁력을 갖추며 세계 1위 시장을 견인하던 면세점이 있다. 하지만 하늘길이 막힌 후 매출 40% 급감과 수익성 악화, 고용 감소 등 면세 산업은 절벽에 내몰렸다.

여기에 ‘차이나 리스크’까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면세 산업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추진하면서 면세 한도 상향, 면세점 출점 확대 등 다양한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면세점 쇼핑 관광객이 전년 대비 42.7% 증가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한국 면세산업은 위기다. 정부는 특허수수료와 공항 임대료 감면 등을 지원했으나 단기 처방에 그친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첫째, 특허 수수료 체계 개선 등 정부의 지원체계 구축, 둘째, 면세 한도 상향, 내국인 구매 한도 폐지, 해외거주 외국인 대상 온라인 판매 허용 등 소비 촉진 확산, 셋째, 특허갱신심사제 도입, 재고 상품 수입통관 상시 운영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회생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고통을 두 번 반복하지 않는다는 복거지계(覆車之戒)의 교훈을 되새겨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관광 대국, 세계 1위 면세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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