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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글로벌 플랫폼 기업 규제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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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내찬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내찬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술 발전과 새 서비스의 등장으로 시장 판도가 바뀌는 일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낯선 현상이 아니다. 과거 ICT 산업의 주역은 네트워크를 장악한 통신사였지만, 이제는 매개 기능과 콘텐트를 지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트 제공업체(CP)와 같은 플랫폼이다. 인터넷으로 국경 간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토종 기업뿐 아니라 이른바 ‘GAFAN(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ICT 산업의 패러다임이 네트워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망(網)을 보유한 통신사의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책임과 의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플랫폼을 가진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기간·부가통신사업자 간 분쟁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과 통신사 간 망 이용대가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다.

넷플릭스는 플랫폼이 통신사에게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망의 유상성(有償性)’이 인정돼 패소했지만,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트래픽량이 비슷한 사업자 간에는 서로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피어링(peering)’ 방식을 채택한다. 인터넷이 워낙 복잡하게 연결돼 있고 트래픽 측정 시스템을 도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십여 년 전부터 정산방식으로 변경했다. 통신사가 플랫폼 유치를 위한 가격 경쟁으로 서로에게 전가된 비용을 회수를 못 하기에 ICT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된 플랫폼이 비용을 부담하라는 취지였다. 정산방식이 전기통신사업법에 명기됐음에도 넷플릭스의 ‘인터넷은 무료’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2010년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인터넷 제공사업자 컴캐스트와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FCC) 조사 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있다.

혁신을 동력으로 탄생한 플랫폼 정신을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편익이 커지도록 시장 진입 장벽은 낮아져야 한다. 거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상거래 관행에 역행하거나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3차 산업혁명의 핵심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불공정 이슈로 유럽과 갈등을 빚고 토종 플랫폼과 경쟁하는 유일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조차 규제 도입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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