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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20-20 대기록' 추추 트레인의 자존심은 '발'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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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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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밟지 못하면 은퇴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추신수(39·SSG 랜더스)가 밝힌 자신만의 은퇴 결정 기준이다. 발이 느려지면 유니폼을 벗겠다는 의미다. 스피드는 곧 추신수의 자존심이다.

결국 서른아홉에 KBO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추추 트레인'은 빠르게, 열심히 달리 덕에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추신수는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회 초 LG 이민호에게 2점 홈런을 뽑아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추신수는 만 39세 2개월 22일에 20-20을 완성, 양준혁(만 38세 4개월 9일)이 2007년 작성한 종전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다. KBO리그 전체로는 역대 54번째, SSG 소속 선수로는 최정에 이어 두 번째다.

추신수는 역대 39세 이상 선수로는 홀리오 프랑코와 펠릭스 호세, 이승엽, 이호준 이후 역대 5번째로 20홈런을 달성해, 메이저리그 출신의 힘과 자존심을 입증했다.

최고령 20-20 달성이 더욱 위대한 건 도루 성적에 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통산 최다 홈런(218개) 기록을 보유 중인 추신수는 통산 7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하지만 20-20 고지를 밟은 건 2009~10년, 2013년까지 세 번뿐이다. 2017~19년 세 시즌 연속 20홈런을 돌파했지만, 도루(12개-6개-15개)가 모자랐다. 베테랑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려면 '발'이 중요한 이유다.

김민규 기자

김민규 기자

추신수도 '홈런'보다 '도루'에 더욱 방점을 뒀다. 그는 "야구에 다섯 가지 툴(파워, 정확도, 주루, 송구, 수비)이 있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약해진다. 러닝 훈련을 계속하는 건 더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닌 현재 유지를 원해서다"며 "나이가 들면 러닝(주루)에 소홀하지만 나는 여러 방면에서 잘하고 싶어 열심히 뛴다"라고 밝혔다. 전성기를 보낸 후에도 최대한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이 타격이나 수비 등 모든 신체 활동의 기초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20-20 달성의 원동력이 됐다.

도루는 단순히 발이 빠르다고 성공하진 않는다. 투수의 구종과 퀵모션, 습관 등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신수는 열심히 뛰는 것 외에도 도루 타이밍을 뺏기 위해 "투수들을 연구한다"고 밝혔다.

잠정적으로 정한 은퇴 시기도 '발'에 달려 있다. 추신수는 "선수마다 은퇴 시기를 정하는 포인트가 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을 때 대부분 은퇴를 결정한다. 나는 2루 주자로 누상에 있으면서 평범한 안타 때 득점하지 못하면 은퇴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기준을 밝혔다. 마흔을 바라보는 시점에 자칫 부상을 당하면 선수 생명을 위협받지만, 추신수는 몸을 던지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김원형 SSG 감독은 "추신수의 자기 관리와 노력이 없었다면 기록 달성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기록"이라고 축하했다.

추신수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는 "KBO리그에 올 때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주변에서 20-20 달성을 축하해 주는데 나는 덤덤하다. 들뜨거나 좋아하진 않을 것"이라며 "20-20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 아직 가야할 우리의 목표(SSG의 포스트시즌 진출)가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추신수는 '내년 시즌 (KBO리그에서) 활약을 예고하나'라는 말에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는 추신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매 경기가 중요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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