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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상직 "김태년 의원 등이 부탁해 이스타항공 대표 임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스타 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재판에서 "2017년3월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4선) 등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임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4월27일 구속되기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는 이상직 의원. 연합뉴스

지난 4월27일 구속되기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는 이상직 의원. 연합뉴스

 이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형 이경일 전 이스타 항공 회장에게 "2017년 3월경 이스타 항공 대표이사가 김영식에서 최종구로 바뀌었다"며 "(당시) 김태년 의원, 모 신문사 회장, (또다른) 국회의원 등이 전방위로 내게 (최종구 대표 임명을) 부탁해 증인(이경일)과 상의했고, 결국 가족회의를 해 최종구를 (대표로) 임명한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경일 전 회장은 "네"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태년 의원은 "(그런 부탁을 했는지) 기억에 없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최종구 전 대표는 모두 7명이 기소된 이번 사건에 이상직 의원에 이어 두 번째 피고인으로 공소장에 기록된 핵심 인물의 한명이다. 이상직 의원의 오랜 측근으로 이스타 항공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대표에 오른 최 전 대표는 임금체불·횡령 등 4건의 위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전 대표는 지난 8월 법정에서 "(이 사건 주범은) 이상직 의원"이라 주장했다. 그는 수사 초기 6번 조사를 받으면서 이 의원을 옹호했지만, 이후엔 "이스타 항공의 실질적인 오너는 이상직 의원이며 그의 지시가 없으면 (5백억원대 횡령·배임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진술을 번복했다. 최 전 대표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진술이 너무 명백해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상직 의원은 "최 전 대표가 허위진술을 하면서 내게 책임을 모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대표는 이를 부인하면서 "이상직 의원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진술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직 의원이 29일 재판에서 "2017년 김태년 의원 등이 부탁해 최 전 대표를 이스타 항공 대표에 임명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이스타 항공 소식통은  "최종구 전 대표는 출신 학교인 순천고·한양대 인맥을 활용해 정계·법조계 등과 회사를 잇는 창구 역할을 했다. 김태년 의원도 최종구 전 대표와 순천고 동문"이라고 했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부사장도 지난달 8일 재판에서 "최종구 전 대표는 지인 국회의원들을 상당수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가 국회 다니는 길에 이상직 의원실을 많이 들른 기억이 난다"고 증언했다.
 소식통은 "언론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이상직 의원의 지시로 민주당 의원 등 지도층 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이스타 항공 입사 지원자를 추천해 70여명이 부정 채용되도록 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 인사팀 문건에는 지원자 이름 옆에 '의원님''의원님 추천'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여기 연루된 전·현직 의원이 5명에 달한다"며 "이런 최 전 대표가 여당 의원 등의 부탁으로 대표에 임명됐다고 이상직 의원이 공개 발언한 만큼 최 전 대표를 고리로 정치권과 이스타 항공이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전주지검(지검장 문성인)은 이스타항공이 태국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 설립 비용으로 회삿돈 71억원을 횡령했다는 이스타항공 노조의 고발과 관련, 지난달 30일 이스타항공 전 본부장 A씨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이스타는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모씨가 고위직으로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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