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한국 소프트파워, 김정은에도 간접적으로 영향 줄 것"

중앙일보

입력 2021.10.06 11:50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의 아침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에서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ABC 캡처]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의 아침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에서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ABC 캡처]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나아가 결국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 정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나이 교수는 "한국의 능력과 성공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지금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소프트파워 개념을 만든 석학이다. 한 국가가 문화적 매력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힘을 말하는데, 군사적 강제력이나 경제적 보상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하드파워'와 대비해 사용한다.

나이 교수는 소프트파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하드파워와 합쳐졌을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 통일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대포가 아니었다"며 "철의 장막 너머로 전해진 서구 문화를 접한 사람들이 가지고 나온 망치와 불도저에 의해서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매년 100억 달러 쓰지만 소프트파워 강국 못돼"

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CSIS가 주최한 '안보를 넘어: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한미동맹의 미래' 세미나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SIS 캡처]

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CSIS가 주최한 '안보를 넘어: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한미동맹의 미래' 세미나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SIS 캡처]

이날 세미나에선 최근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 등을 받은 영화 '기생충', 빌보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 등이 줄곧 화제에 올랐다.

나이 교수도 이를 언급하며 앞으로 한국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을 전망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구 영화와 배우를 좋아했지만 정책에 영향을 주진 않았던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장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에 매료돼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미국인들의 인식,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면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소프트파워 강국이 된 배경을 최근의 역사에서도 찾았다.
한국은 경제적 성공에 이어 정치적 성공을 거두면서 민주주의 문화를 이뤘는데 이런 '성공 스토리'가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국제 정책 면에서 기여할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부분이 중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도 했다.
군사·경제력 면에서 '하드 파워'를 키워 온 중국은 2007년 제17기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후진타오 당시 주석이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이 이를 위해 매년 100억 달러를 대외용 선전에 쓰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소프트파워 강국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스나이더 "정부가 이용하려다 역효과 내는 경우 많아" 

그동안 주로 국제문제를 다뤄 온 CSIS가 한국의 문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 역시 최근 한류 콘텐트들을 '정주행'했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일본 등 이웃 나라와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음식과 문화, 음악 등의 분야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쉬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인위적으로 소프트파워를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공공 외교 메시지를 내면 결국 프로파간다로 들릴 수 있다"면서 "소프트파워를 통제하거나 이용하려 할 때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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