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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리아 일감은 못 줘” 현대차 울산·전주 공장 ‘노-노 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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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송지용 의장과 최영일 부의장 등 전북도의회 의장단(오른쪽)이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방문해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지용 의장과 최영일 부의장 등 전북도의회 의장단(오른쪽)이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방문해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3시30분쯤 울산광역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대표인 A의장이 울산4공장 노조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119구급차에 실려 갔다. 현대차 전주공장 등에 따르면 A의장 등 전주공장 노조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고용안정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4공장 노조원 200여 명이 본관 입구를 막으면서 노조 간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이 사건으로 허리 등을 다친 A의장은 병원 치료를 받고 현재 자택에서 회복 중이다. 전주공장 노조 측은 “조합원끼리 발생한 일이라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도대체 현대차 노조는 무엇 때문에 동료끼리 극한 대립을 하게 된 걸까.

사건의 발단은 현대차 공장 간 물량 배분 문제에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버스와 트럭, 대형 밴 등 상용차를 주로 생산하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10만5000대 수준이지만, 상용차 판매 부진과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겹쳐 최근 3만5000~4만 대 규모로 줄었다.

이 때문에 전주공장 직원들은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주공장 노조 관계자는 “현재 전주공장 생산량이 2014년 6만9000대의 반 토막이다 보니 2년 전 직원 300여 명이 전환 배치됐고,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반면 울산4공장은 공장 가동률이 안정적이다. 이번 4차 고용안정위원회는 전주공장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협상 자리였으나 노조 간 충돌로 무산됐다. 4차 고용안정위원회는 오는 7일 오전 10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재개할 예정이다.

사측은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타리아 3만6000대 중 8000대가량을 전주공장으로 옮기고 팰리세이드 2만 대를 증산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울산4공장 노조는 “팰리세이드 물량의 전주공장 이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스타리아는 절대 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주문이 몰려 미국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차종이지만, 스타리아는 전주공장에 물량을 빼앗기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주공장 노조 관계자는 “팰리세이드든, 스타리아든 물량을 주기만 해도 좋지만, 이왕이면 현실적인 차종(스타리아)을 달라는 것”이라며 “스타렉스의 후속 모델인 스타리아는 100억원을 들여 6개월이면 생산 설비 구축이 가능하지만,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려면 3000억원에다 26개월이나 걸려 전주공장에서는 생산이 어려운 차종”이라고 주장했다. 폭행 사건 이후 현대차 남양·아산·전주·정비·판매·모비스 노조 대표 등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울산4공장 노조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전북 지역 정치권에서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일감 부족 사태’ 장기화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아서다.

전북도의회 송지용 의장과 최영일 부의장은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이상수 지부장 등 노조 임원진과 최준형 부사장을 만나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송 의장 등은 “전주공장 물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직원들의 고용 불안과 부품·협력업체의 경영난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으로 이어지는 만큼 노사 간 통 큰 협조를 기대한다”며 “수소 상용차를 생산하고 수소충전소를 갖춘 전주공장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준형 부사장은 “전주와 울산공장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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