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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4회 이벤트, 개인시간 숙지" 스벅 직원, 트럭시위 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월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음료가 다회용컵에 담겨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9월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음료가 다회용컵에 담겨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지난달 스타벅스에서 실시한 ‘리유저블 컵(다회용컵) 데이’를 계기로 촉발된 직원 업무과다 논란을 계기로 내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1년에 최소 14회에 달하는 프로모션 이벤트를 위한 매뉴얼을 업무 시간이 아닌 개인 시간에 숙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회사 게시판‧프로모션 숙지 개인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스타벅스에서 파트너(직원)로 근무 중이라는 작성자 A씨는 “우리 회사에는 월요일 오후 3시에 게시판 공지로 프로모션 공지가 올라온다”며 “물론 (업무 시간에) 매장 내에서는 이 공지를 읽을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며, 대부분의 매장 파트너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해 개인 시간에 이 공지를 읽고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 캡처]

A씨 등 스타벅스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공유한 내용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1년에 최소 14회의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한다. ▶새해(뉴이어) ▶딸기 ▶봄(스프링) ▶벚꽃(체리 블라썸) ▶감사의 달 ▶여름 1(썸머)‧썸머 프리퀀시 ▶여름 2(썸머 2) ▶가을(오텀) ▶핼러윈 ▶크리스마스‧윈터 프리퀀시 ▶크리스마스 2 등이다. 매달 프로모션 이벤트가 실시되는 셈이다. 여기에 직원들이 ‘이벤트 속 이벤트’라고 부르는 이벤트가 별도로 추가된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8일 실시된 리유저블컵 데이가 있다.

A씨는 이러한 이벤트에 관한 매뉴얼을 직원들이 업무 시간이 아닌 개인 시간에 숙지해야 하는 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데일리 레코즈북’이라는 것으로 그날의 매장 특이사항을 공유하는데, 이 역시 (업무 시간이 아니라) 매장 출근 전에 숙지를 해오라고 한다”며 “특히 PC 업무가 없는 바리스타 파트너들은 더더욱 개인 시간에 숙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사시간에 빵을 (입에) 물고 업무 보는 게 일상”이라고도 했다.

A씨는 “어느 날 바리스타 파트너가 ‘프로모션 및 게시판 숙지를 개인 시간에 하는데, 시간 외 근무수당이 나오냐’고 물었다. 그 순간 ‘당연히 (알아서) 숙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프랜차이즈도 이런 식으로 개인 시간을 활용해 업무 숙지가진행되는지, 프로모션에 관한 매뉴얼 시험을 본다, 미리 숙지해오라 하는 것이 시간 외 근무에 해당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의 다른 직원들은 “너무 힘들다” “지친다”라고 댓글을 남기며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스타벅스 외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B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근무하는 C씨는 “여기도 똑같다. 시간 외 수당 없다. 식사시간 이용해서 공지 숙지하고 재고관리에 사무업무까지 본다. 오히려 그게 편해지는 지경까지 왔다. 너무 힘들어서 이 바닥을 뜨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역시 B 커피전문점에서 근무한다는 D씨도 “식사시간에 밥을 제대로 먹으면 사무업무 때문에 퇴근을 못 하고, 제시간에 가려고 밥 안 먹고 공지 읽고 재고 조사하고 하면 배가 고파서 힘이 없다”고 말했다. B 프랜차이즈 직원 E씨는 “요즘은 인원충원도 안 돼서 월 8회 휴무 보장도 안 되고 그 휴무도 이월하는 지경”이라고 성토했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F에 근무한다는 G씨도 “여기도 똑같다”라고 말했다.

9월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고객이 다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가져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9월 28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고객이 다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가져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이날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음료 주문 시 다회용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컵 데이'를 진행했다. 2021.9.28/뉴스1

앞서 스타벅스 모 지점의 점장으로 근무한다는 한 네티즌은 지난달 29일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회사가 현장 매장의 인원 부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이벤트를 개최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한다.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 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었다”고 폭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스타벅스 직원들은 블라인드에서 의견을 모아 오는 6일부터 트럭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전 점포를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노조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이번 트럭시위를 통해 처우 개선과 과도한 마케팅 지양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스타벅스 본사는 “충분한 예측과 대응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업무에 반영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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