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극」운동에 편향시각 바꿔야"-연출가 김명곤씨, 이상일 교수 「굿 논쟁」에 반론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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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굿이 연극인가 아닌가』(본지 8월14일자, 9월10일자)
굿 형식을 도입한 연극에 대한 이상일 교수(성균관대)의 평에서 시작된 굿 논쟁에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씨가 뛰어듦으로써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월간 『한국연극』7월호에 이 교수가 기고하면서부터. 이 교수는 이윤택 연출 『오구-죽음의 형식』과 김명곤 연출 『점아 점아 콩 점아』를 평하면서 『굿은 굿일 뿐 연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출가 이윤택씨가 『한국연극』 8월호에 반론을 기고, 논쟁의 불을 댕겼으며 9월호에는 이어 부산의 신예연출가 조준현씨가 두 사람을 모두 비난하는 글을 기고했었다.
이어 이번에는 『점아‥‥』를 연출했던 김씨가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회보 『광대보』최근호에 다시 이 교수의 평에 대한 반론을 기고해 논쟁을 확산시키고 있다.
논쟁을 확산시킨 김씨의 기고문 『최근의 민족극 논쟁에 대한 한마디』를 요약 소개한다.

<논박요지>
이 교수의 평은 익히 알고있는 보수적 연극인의 주관적 감상문에 불과하기 때문에 논박할 흥미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이윤택씨의 반론이 이어지면서 몇가지 쟁점이 부각됨에 따라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이 교수의 평은 굿을 원시종족의 제의쯤으로 고정시킴으로써 현재적 의미를 축소시키고자 하는 서구민속학 또는 관변민속학이론의 전형이다.
굿은 원시신앙이나 예술·원시종합연희의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종교적·제의적 요소와 함께 유희적·예술적 요소와 집회적·사회적 요소까지 포괄하는 공동체연행의 총체며, 민족사와 민중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변화되어 가는 창조적 행위인 것이다.
이같은 굿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려는 이교수의 주장은 마당극과 민족극에 대한 냉소적 태도며, 기존의 연극을 비판하는 진보적 연극운동에 대한 거부감의 발로일 것이다.
전통연희양식인 굿 등을 이용한 민족극(마당극)운동은 예술성이나 전문성 부족, 상투적·도식적인 표현, 소재주의·관념적 과격주의 등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수용하며 반성, 개선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는 「민족극」이란 개념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모색과 실험을 통해 정립되어 가는 과정이기에 당연하다.
그러나 민족극 운동의 중요성을 공감한 상태의 애정어린 비판과 반대입장의 거부적인 비판은 전혀 다른 것이다.
직접 연출을 맡았던 『점아‥‥』가 광주문제를 다룬데 대해 이 교수가 『이미 다반사가 된 메뉴의 재판』이라고 평한 것은 오류다. 마치 『남이 했던 것을 되풀이하느냐』는 식의 평은 독선적인 것이다.
나는 이전의 시도들과 다른 관점·표현양식을 사용했으며, 광주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연극소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점아‥‥』에서 미흡한 점이 많이 지적됐지만 『상투적인 연극적 되풀이』라는 지적은 무책임한 것이며, 이같은 편향된 생각들을 바꾸기 위해 『점아‥‥』같은 유형의 연극을 계속할 것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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