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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도 울어야 하나, 지쳐가는 개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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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상반기 기세등등했던 코스피가 3분기로 접어들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긴축 우려에 중국 부동산 재벌기업 헝다(恒大) 그룹의 부도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며 3000선까지 위협받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거센 매도세를 받아냈던 개인투자자의 힘도 달리는 모양새다.

외국인·기관 ‘팔자’를 개인이 받아냈지만.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국인·기관 ‘팔자’를 개인이 받아냈지만.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3분기(7~9월)에 3296.68에서 3068.82로 6.91%(227.86포인트) 하락했다.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해 1분기에 전 분기보다 크게 내려앉은 이후(-20.15%) 지난해 2분기(20.15%) 반등했고, 이후 상승세였다. 올해 초에는 3000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분위기는 지난 7월부터 급반전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커지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및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은 긴장 모드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 파산설과 중국 전력난 등에 따른 금융 시장 충격과 경기 둔화 우려까지 불거지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코스피 하락세 막기엔 역부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스피 하락세 막기엔 역부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외국인과 기관은 팔자에 나섰다. 3분기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10조5635억원, 7조646억원어치의 주식을 던졌다. 이를 받아낸 건 개인투자자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18조390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는 7월(-2.86%)과 8월(-0.1%), 9월(-4.08%)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10월 증시 전망도 불투명하다. 미국발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1.5%를 넘자, IT·바이오 등 성장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 상승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시장의 긴장을 키우고 있다.

힘 딸리는 개인투자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힘 딸리는 개인투자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헝다그룹 사태도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홍콩 증시에서 헝다그룹과 헝다의 부동산 관리사업을 맡은 헝다물업(物業)의 주식 거래가 잠정 중단됐다. 헝다 불안감에 홍콩 항셍 지수는 4일 전 거래일보다 -2.19% 급락한 24036.3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를 든든하게 지탱해온 개미(개인투자자)는 지쳐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매수·매도 금액의 평균)은 19조3000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24조5000억원)와 2분기(20조2000억원)보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2분기(16조8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개인투자자의 실탄도 줄어들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5월 3일 77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지난 9월 30일에는 68조3000억원으로 12% 줄었다. 증권사의 대출(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달 30일 24조8000억원으로 지난달 13일(25조6500억원) 이후 10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첫 번째 고비는 오는 8일 발표될 미국의 고용지표다. 고용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면 Fed가 경기 회복 등을 위해 돈줄을 죄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국내투자전략팀장은 “고용이 회복되면 최근 미국의 물가·금리 상승이 일정 부분 ‘경기가 좋아서’라는 사실을 시장에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모든 신호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커졌다”면서도 “기업 실적이 견고한 만큼 장기 침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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