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먹고 땀 흘리는 이유 밝혔다…美교수들 노벨상 수상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20:54

업데이트 2021.10.04 21:17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UC샌프란시스코 교수(왼쪽)와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가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 각 대학 홈페이지 캡처]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UC샌프란시스코 교수(왼쪽)와 아뎀 파타푸티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가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 각 대학 홈페이지 캡처]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줄리어스(66)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55)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토마스 펄만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노벨상 홈페이지를 통해 ‘분자 수준에서 촉각·통각 원리’를 밝힌 두 과학자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람의 몸에서 센서 역할을 하는 감각을 감지하는 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공로다.

펄만 사무총장은 “열과 촉각을 감지하는 사람의 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람을 둘러싼 세계와 상호작용을 뒷받침한다”며 “두 학자는 사람이 어떻게 온도·압력을 인식하는지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줄리어스 교수는 인체가 뜨거운 온도(섭씨 42~43℃)를 감지하는 분자(캡사이신 수용체)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 수용체는 우리에게 고추의 주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줄리어스 교수는 뜨겁지도 않은데, 매운 고추를 먹고 땀을 흘리는 이유를 규명했다.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조사해, 신경세포막을 가로질러 존재하는 ‘이온채널 단백질(TRPV1)’이 땀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캡사이신이 TRPV1을 자극하면, 전기신호가 대뇌로 ‘열이 난다’는 신호를 전달한다. 신호를 받은 뇌는 열을 식히기 위해 반응하면서 땀이 난다는 게 줄리어스 교수의 연구 결과다.

인체에서 센서 역할을 하는 감각(촉각)을 감지하는 분자를 발견한 학자들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 노벨위원회]

인체에서 센서 역할을 하는 감각(촉각)을 감지하는 분자를 발견한 학자들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 노벨위원회]

파타푸티언 교수는 압력에 민감한 세포를 찌를 때 피부와 장기의 기계적인 자극에 반응해 전기신호를 방출하는 센서(‘피에조1·2’)를 처음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물리적인 감각에 반응해 이온채널을 여닫는 방식으로 뇌에 신호를 보낸다. 인간이 미세한 바람이나 가벼운 날갯짓 등을 느낄 수 있는 배경이다.

이들의 연구는 의학부터 로봇, 컴퓨터공학 등에 응용이 가능하다. 김광국 울산대 의대 교수는 “온도 수용체를 규명한 줄리어스 교수의 연구에 근거해 TRPV1의 이동 통로를 차단, 신경 통증을 줄여주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제갈동욱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기계적 감각 수용체를 규명한 파타푸티언 교수의 연구는 로봇공학·가상공학·컴퓨터공학 등에 이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황선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기존 시각·후각의 기전을 규명한 연구에 이어 이번에는 촉각의 메커니즘을 발굴한 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다”며 “이들 덕분에 인류는 인간의 감각체계 원리를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사진 노벨위원회]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사진 노벨위원회]

줄리어스 교수는 미국 MIT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레바논 출생의 파타푸티언 교수는 베이루트 아메리칸대를 거쳐, 1986년 미국 이민 후 칼텍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한편 한국인 과학자는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에서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피인용 우수 연구자’ 5인에 선정돼 기대를 모았다.

황응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가장 기초연구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왜 맵지’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풀어낸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한국에서도 기초 연구자가 호기심을 가진 분야에서 소신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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