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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매 외국인, 지친 개미…코스피 3분기 -7%, 10월도 시계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부동산 재벌기업 헝다(恒大) 그룹의 부도 우려와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공포 등 악재(惡材)가 겹친 코스피가 3분기 기준 7%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분기 기준 첫 하락 기록이다.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64 포인트(1.62%) 하락해 3019.18에 마감한 모습. 뉴스1

중국 부동산 재벌기업 헝다(恒大) 그룹의 부도 우려와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공포 등 악재(惡材)가 겹친 코스피가 3분기 기준 7%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분기 기준 첫 하락 기록이다.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64 포인트(1.62%) 하락해 3019.18에 마감한 모습. 뉴스1

외국인과 기관은 던지고 개미는 지쳤다. 상반기 기세등등했던 코스피가 3분기로 접어들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드는 미국의 긴축 우려에 중국 부동산 재벌기업 헝다(恒大) 그룹의 부도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며 3000선까지 위협받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거센 매도세를 받아냈던 개인투자자의 힘도 딸리는 모양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3분기(7~9월)에 3296.68에서 3068.82로 6.91%(227.86포인트) 하락했다.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해 1분기(-20.15%)를 기록한 뒤 이후 지난해 2분기(20.15%) 반등한 뒤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초에는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 1분기(6.54%)와 2분기(7.68%)도 상승하며 6~7월에는 세 번이나 3300선을 뚫기도 했다.

분위기는 지난 7월부터 급반전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커지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및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은 긴장 모드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 파산설과 중국 전력난 등에 따른 금융 시장 충격과 경기 둔화 우려까지 불거지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대외 악재 속 외국인과 기관은 팔자에 나섰다. 지난 3분기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10조5635억원, 7조646억원어치의 주식을 던졌다. 이를 받아낸 건 개인투자자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18조390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는 7월(-2.86%)과 8월(-0.1%), 9월(-4.08%)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헝다센터 건물의 모습. 제공 로이터

중국 상하이에 있는 헝다센터 건물의 모습. 제공 로이터

10월 증시 전망도 불투명하다. 국내 증시를 괴롭혀 온 각종 악재가 해소되지 않아서다. 미국발(發) 우려는 진행형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이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예산안과 부채한도 유예안을 부결하며 사상 초유의 미국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퍼지며 시장은 흔들렸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과 경기 정상화가 겹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1.5%를 넘자 IT·바이오 등 성장주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시장의 긴장을 키우고 있다.

헝다그룹 사태도 여전히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홍콩 증시에서 헝다그룹과 헝다의 부동산 관리사업을 맡은 헝다물업(物業)의 주식 거래가 잠정 중단됐다. 블룸버그는 헝다가 갚아야 할 달러 채권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헝다 불안감에 홍콩 항셍 지수는 4일 전 거래일보다 -2.19% 급락한 24036.37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헝다 쇼크'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헝다그룹 채권 보유금액이 자산 대비 크지 않고 국내 4대 은행도 헝다그룹과 직접적인 대출이 없다”며 “중국 정부가 헝다 그룹을 직접 구제할 가능성은 작지만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속도로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64 포인트(1.62%) 하락한 3019.18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64 포인트(1.62%) 하락한 3019.18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를 든든하게 지탱해온 개미(개인투자자)가 지쳐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매수·매도 금액의 평균)은 19조3000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24조5000억원)와 2분기(20조2000억원)보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2분기(16조8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개인투자자의 실탄도 줄어들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5월 3일 77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 9월 30일에는 68조3000억원으로 12%나 줄었다. 증권사의 대출(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달 30일 24조8000억원으로 지난달 13일(25조6500억원) 이후 10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첫 번째 고비는 오는 8일 발표될 미국의 고용지표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지표가 개선 여부에 따라 Fed의 긴축 속도가 결정될 수 있어서다. 고용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면 Fed가 경기 회복 등을 위해 돈줄을 죄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중국 헝다 이슈와 미국 금리 인상 관련 변동성에 모든 신호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시장은 고용지표가 개선되면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악재로 받아들이고, 반대로 고용지표가 악화해도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물가상승)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기업 실적이 견고한 만큼 장기 침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국내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채권 금리 상승을 공급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해석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과도하다”며 “미 연방정부의 특별실업수당 지급이 끝나면서 취업자가 늘어날 전망인 만큼 고용이 회복되면 최근 미국의 물가·금리 상승이 일정 부분 ‘경기가 좋기 때문’임을 시장에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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