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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이수만 포함…"전세계 330명 유력인사 역외탈세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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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대 출신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 2013년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대 농대 출신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난 2013년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인물 명단 ‘파나마 페이퍼스’를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3일(현지시간) 또다시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역외 탈세 정황을 폭로했다. 이번에는 ‘판도라 페이퍼스’다. 이번에 공개된 판도라 페이퍼스에는 90개국 330명 이상의 정치인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역외 탈세 과정이 담겼다.

이날 BBC에 따르면 이번 명단에 포함된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조세회피처를 통해 영국과 미국에 7000만 파운드(약 1122억원)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편법으로 31만2000파운드(약 5억 48만원)의 인지세를 절약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한 러시아 여성이 급작스럽게 재산이 불어난 정황도 문건에 나온다. 그 밖에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도 등장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ICIJ와 공동으로 작업에 참여한 국내 매체 뉴스타파도 4일(한국시간)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날 뉴스타파에 따르면 한국인 가운데서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이하 SM 회장)가 역외 탈세에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다수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포함해 한국인 이름이 등장한 문건은 8만8353건이며 한국인 수익소유자(beneficial owner, 실소유주)는 개인과 법인 총 465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ICIJ는 또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회사 중 2만9000곳의 소유주를 밝혀냈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이름도 등장한다.

ICIJ는 전 세계 150개 매체, 600여명의 언론인과 함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 14곳의 금융기관과 관련된 개인 이메일, 계약서 등 1190만건의 문건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물인 ‘판도라 페이퍼스’에는 640만개의 문서, 300만개의 이미지, 100만개 이상의 이메일과 50만개에 달하는 스프레드시트 파일이 포함돼 있다. ICIJ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 조직이다.

ICIJ가 추정하는 해외 은닉 자산 규모는 5조6000억 달러~32조 달러(약 6647조원~3경 7984조원)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조세회피처로 인해 전 세계에서는 최대 6000억 달러(약 712조원)의 세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뉴스타파 “이수만, 홍콩에 5개 차명 법인 설립”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 엔터테인먼트]

뉴스타파는 이날 홈페이지에 ‘판도라 페이퍼스’ 기사를 5꼭지 보도하면서 이 가운데 2개를 이수만 SM 회장 의혹에 할애했다. 이에 따르면 홍콩 소재 한국계 회계법인인 일신과 일신컨설팅의 고객 관리 파일에 이 회장의 이름이 399회 언급돼 있다. 뉴스타파는 유출된 이들 자료를 토대로 이 회장과 SM이 관련된 홍콩 페이퍼컴퍼니는 총 8개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5개 법인의 대표이사는 차명으로 추정되며 이들 내부 문건엔 실제 수익소유자로 이 회장의 이름이 등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5개의 차명 법인 가운데 특히 폴렉스 디벨롭먼트는 이 회장이 2007년 4월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말리부 해변의 호화 별장 매입 과정에 관여했고, 폴렉스 디벨롭먼트의 실소유주도 이 회장이라고 뉴스타파는 주장했다. SM 측은 7년 전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폴렉스 디벨롭먼트와 SM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으나, 뉴스타파는 유출된 일신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폴렉스의 수익소유자는 이 회장으로 등재돼 있고, 계좌운영권도 이 회장에게 있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차명 계좌인 ‘스카이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의혹도 자세히 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곳 법인 이사는 일신 직원인 홍콩인 청혼컹과 미국계 한국인 손모씨로 기록돼 있고 주요 주주도 청혼컹으로 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이 회장이고 스카이 크리에이티브의 주식 700여만 주 가운데 500여만 주의 실소유주도 이 회장으로 돼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SM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폴렉스 등 홍콩 법인은 이 회장의 부친인 이희재(2010년 사망)씨가 지난 2006년 국내 예금 40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해 설립한 회사라고 반박했다. 또 이 법인의 재산권은 2010년 고인이 사망한 이후 부인에게 상속됐으며 이 회장과 SM은 이들 홍콩 법인의 운영과 자산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M 측은 또 “의혹이 제기된 법인에 대해선 2015년 검찰청의 외국환 거래 관련 조사 등 국가기관의 조사마다 불법적인 자금으로 설립, 운영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졌던 사안”이라며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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