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받았어야" 봉준호가 오스카 트로피 건넸던 그 감독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12:09

업데이트 2021.10.04 12:28

지난해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한국 팬덤을 얻은 셀린 시아마(41) 감독이 7일 새 영화 '쁘띠 마망'으로 돌아온다. [사진 찬란]

지난해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한국 팬덤을 얻은 셀린 시아마(41) 감독이 7일 새 영화 '쁘띠 마망'으로 돌아온다. [사진 찬란]

“셀린 시아마, 당신이 이 상을 받아야 했어.”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이렇게 말하며 국제영화상 트로피를 내민 사람, 바로 프랑스의 셀린 시아마(41) 감독이다. 귀족 아가씨와 여성 화가의 금단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그린 시대극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2019년 칸영화제 각본상‧퀴어종려상을 받았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가 봉준호 감독을 만나기 전부터 그의 ‘마더’였어요. 그날 밤(아카데미 시상식) 저도 기뻤고, 아카데미 레이스를 치른 몇 주간 함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죠.” 새 영화 ‘쁘띠 마망’(7일 개봉) 홍보차 지난달 화상 인터뷰로 만난 시아마 감독은 환한 미소로 당시를 떠올렸다.

7일 개봉 '쁘띠 마망' 셀린 시아마 감독
칸 휩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차기작
외할머니 여읜 소녀가 만난 어린시절 엄마
세대 초월한 위로…코로나 시대 어루만져

외할머니 돌아가시자, 엄마가 작아졌어요

‘쁘띠 마망(Petite Maman)’은 프랑스어로 ‘작은 엄마’라는 뜻. 외할머니의 유품 정리를 위해 엄마의 고향집에 간 8살 넬리(조세핀 산스)는 숲에서 8살 때의 엄마 마리옹(가브리엘 산스)을 만난다. 이런 마법 같은 시간을 아이들이 오두막을 짓고 함께 노는 자연스러운 일상에 녹여냈다. 넬리는 마리옹의 엄마이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만나고, 마리옹과 속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의 엄마가 속으로 삭였을 아픔을 공감한다. 시아마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아 올 초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쁘띠 마망'. 8살 딸이 만난 어린시절 엄마의 모습을 각각 쌍둥이 배우가 연기했다. [사진 찬란]

영화 '쁘띠 마망'. 8살 딸이 만난 어린시절 엄마의 모습을 각각 쌍둥이 배우가 연기했다. [사진 찬란]

시아마 감독은 “여러 세대 간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위로하려 했다”면서 “저희 문화권은 가족 관계가 오이디푸스 신화처럼 경쟁과 갈등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소하려면 꿈을 꿔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영화가 일종의 꿈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별인사도 못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 힐링과 치유 등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가 팬데믹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듯하다”면서 “저도 할머니를 잃은 경험을 이 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넬리와 마리옹 역에 쌍둥이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를 동등한 입장에서 만난다면 자매 같은 듯해 자매 오디션을 봤는데 쌍둥이가 왔다. 외모가 닮은 것보단 태어난 날이 같다는 게 좋았다. 세대 간의 수직적인 구조를 무너뜨리고 엄마와 딸의 동등함을 강조해주는 것 같았다.”

아역 배우들, 연기 배울 필요 없죠 

아역 연기 지도는 어떻게 했나.  

“일단 캐스팅하고 믿는다. 아이들이 하는 대로 두는 편이다. 리허설 없이 아이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촬영한다. 아이들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해나간다고 보면 된다. 조세핀과 가브리엘은 첫 만남 당시 저한테 걸어오는 걸음걸이가 매력적이었다. 걷기보다는 뛰어다니고 축구를 좋아하는 활달한 아이들이다.”(웃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픽사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았다고.  

“아이들에 관한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픽사의 최근작 ‘소울’은 죽음을, ‘인사이드 아웃’은 아이의 우울감을 다룬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강렬한 액션과 시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는 점에 감명받았다.”

소녀들의 첫사랑을 그린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 소년이 되고 싶은 소녀가 주인공인 ‘톰보이’(2011), 파리 외곽 흑인 여고생들의 성장담 ‘걸후드’(2014) 등 다양한 세대 여성들의 내밀한 삶을 그려온 그다. “특정 주제에 접근할 때 영화의 전형적인 폭력 플롯이랄지, 그간 유지돼온 규범‧법칙에 대해 저의 생각을 되짚어보고 반대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직면하고 도전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욕망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를 “페미니스트 감독으로서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타여초' 한국 팬덤 강렬…일종의 '케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지난해 1월 한국에서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국내엔 그의 팬덤까지 생겼다. 그간의 연출작이 전부 지난 한 해 동안 잇따라 개봉했을 정도다. “그저 놀라웠다”면서 “관객 여러분이 그동안 갈망하던 무언가를 제 작품에서 보신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케미’”라며 기뻐했다.
이런 뜨거운 주목 덕에 오히려 압박감이 없어졌다고 했다. “감독의 책임감은 작품의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동안 더 크죠. 이제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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