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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대북 제재완화 검토”에 미 국무부 “통일된 목소리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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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밝힌 데 대해 미국이 국제사회의 통일된 대응을 공개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일 정 장관이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이제는 (대북)제재 완화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일 미국의 소리(VOA)에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 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 1]

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리는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제재 회피 노력을 통해 계속해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으며, 우리는 유엔 그리고 북한의 이웃나라들과 외교를 통해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북한과 외교와 협상에 방점을 둔 새 대북정책을 공개하면서도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면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따라서 미 국부부의 ‘통일된 목소리’는 외교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과 북ㆍ미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선 대북 제재와 관련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미의 지속적인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만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5월(21일) 바이든 행정부와 첫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실무협상을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은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북ㆍ미 합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과, 대북 특별대표 우선 임명, 대북 제재 일부 완화 등을 설득했다”고 귀띔했다.

이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회담 때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확인했고, 성 김 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별대표에 임명하는 성의를 보였다. 반면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고, 정 장관의 제재 완화 검토 거론에도 통일된 대응을 거론한 건 이런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지난달 21일 유엔 총회)에 부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대북 재제 해제에 대해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카드가 아니라 협상의 결과로 다룰 수 있다는 뜻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원칙론에도 한국 정부가 제재 완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미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대화가 끊겨 북한이 미사일을 증강하고 있다”며 우려의 뜻을 밝힌 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미국외교협회(CFR)와의 대담에서도 “우리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제재 완화나 해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응이 부족했기 때문에 협상이 교착됐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연합뉴스=EPA]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연합뉴스=EPA]

이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과 논의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했지만 현재까지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범위의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구체적 제안’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3일 담화를 내고 지난달 28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를 "시한탄을 만지작 거린 것"이라며 "용납 못할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조 국장은 "(유엔 안보리 소집은)공정성과 객관성, 형평성에 대한 부정이며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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